프라이드 그린토마토와 부러진 화살
토요일, 오랫만에 놀러온 섶구슬과 부러진 화살을 보았다.
입소문이 날만 했구나 싶게 괜찮았다.
대단한 연출이나 특수효과 없이, 소박하고 진중하게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성근이 분한 판사역에 대해, 시종일관 그 비틀어진 조소에 주먹을 날리( -_-;;)고 싶은 생각이 울컥 들었다.
생각해보니 그가 나온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았는데 그 역이 끼친 아우라가 어찌나 큰지 '조연'이라면서도 주인공과 맞서는 상대역처럼 느껴졌다. 김교수가 맞서는 것은 그 스스로 권력이 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법부였을텐데 말이다.
어제는 죙일 뒹굴면서 EBS 주말의 명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보았다.
처음 나왔을때 본 영화였는데 생각해보니 꽤 오래 전의 영화인데도 그 감동이 고스란히 다시 떠오른다.
캐시 베이츠와 제시카탠디의 역할도 물론 좋았지만, 그 마을 사람들의 따뜻함이 참 좋았다.
흐린 기억 덕분에 내용을 중간 중간 까먹어서, 살인범이 정말 누구였을까 혼자 두근거려가며 보았는데 범인은 완전 뜻밖의 인물이었다.
2차대전이 막 끝난 직후, 아직도 인종차별의 관습과 정서가 뿌리깊이 박혀있는 미국 남부의 조용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스모키, 조신한 숙녀의 틀을 일찌감치 벗어던진 여주인공 이지, 폭력남편과 이별하고 돌아온 이혼녀 러스와 한 팔을 잃은 장애아 아들, 아직도 '더럽고 못 믿을 검둥이'로 백안시되는 빅 조 일가족- '정상적인 궤도'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일그러진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지극히 아끼는 이들이 이 작은 까페에 깃들어 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모자라지만 서로의 사랑으로 그 모자람을 채우고 그림처럼 행복한 날들, 돌아갈 수 없는 그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향수...
그 가난하고 보잘것 없는 떠돌이 스모키의 러스에 대한 지극히 순정한 사랑이 두고두고 여운이 남았다.
좋은 영화 한 편이 이렇게나 행복하고 따뜻하게 겨울 오후를 덥히다니. 참 고맙고도 아름다운 일이다.
더 고마운 건, 가난한 서생에게 구휼미와 찬조금을 주고 가신 섶구슬님의 선행.
고맙습니다 ^^
어렵게 번 돈을 어떻게 쾌척해주고 가셨대요.
잘 쓰겠습니다.
그리고 나도 열심히 그 마음을 다른 이들에게 보태고 갚으며 살겠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