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펼쳐진 일기장

프라이드 그린토마토와 부러진 화살

소금눈물 2012. 1. 30. 14:57

토요일, 오랫만에 놀러온 섶구슬과 부러진 화살을 보았다.

입소문이 날만 했구나 싶게 괜찮았다.

대단한 연출이나 특수효과 없이, 소박하고 진중하게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성근이 분한 판사역에 대해, 시종일관 그 비틀어진 조소에 주먹을 날리( -_-;;)고 싶은 생각이 울컥 들었다.

생각해보니 그가 나온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았는데 그 역이 끼친 아우라가 어찌나 큰지 '조연'이라면서도 주인공과 맞서는 상대역처럼 느껴졌다. 김교수가 맞서는 것은 그 스스로 권력이 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법부였을텐데 말이다.

 

어제는 죙일 뒹굴면서 EBS 주말의 명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보았다.

처음 나왔을때 본 영화였는데 생각해보니 꽤 오래 전의 영화인데도 그 감동이 고스란히 다시 떠오른다.

캐시 베이츠와 제시카탠디의 역할도 물론 좋았지만, 그 마을 사람들의 따뜻함이 참 좋았다.

 흐린 기억 덕분에 내용을 중간 중간 까먹어서, 살인범이 정말 누구였을까 혼자 두근거려가며 보았는데 범인은 완전 뜻밖의 인물이었다.

2차대전이 막 끝난 직후, 아직도 인종차별의 관습과 정서가 뿌리깊이 박혀있는 미국 남부의 조용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스모키, 조신한 숙녀의 틀을 일찌감치 벗어던진  여주인공 이지, 폭력남편과 이별하고 돌아온 이혼녀 러스와 한 팔을 잃은 장애아 아들, 아직도 '더럽고 못 믿을 검둥이'로 백안시되는 빅 조 일가족- '정상적인 궤도'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일그러진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지극히 아끼는 이들이 이 작은 까페에 깃들어 사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모자라지만 서로의 사랑으로 그 모자람을 채우고 그림처럼 행복한 날들, 돌아갈 수 없는 그 장미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향수...

그 가난하고 보잘것 없는 떠돌이 스모키의 러스에 대한 지극히 순정한 사랑이 두고두고 여운이 남았다.

좋은 영화 한 편이 이렇게나 행복하고 따뜻하게 겨울 오후를 덥히다니. 참 고맙고도 아름다운 일이다.

 

더 고마운 건, 가난한 서생에게 구휼미와 찬조금을 주고 가신 섶구슬님의 선행.

고맙습니다 ^^

어렵게 번 돈을 어떻게 쾌척해주고 가셨대요.

잘 쓰겠습니다.

그리고 나도 열심히 그 마음을 다른 이들에게 보태고 갚으며 살겠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