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그림속의 여인 100

소금눈물 2011. 11. 29. 12:14

 

07/25/2011 03:53 pm공개조회수 3 2

예술의 한 장르 안에서도 이렇게 주제를 나누어 들어간 책을 보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림을 좋아하는 게 또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다시 깨닫는다. 그림책이 흔히 그렇듯 만만찮은 가격에 입맛만 다시다 반값 할인행사에 주저없이 질러버렸다. 책값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 사실은 아마도 반값이 아니었다 해도 언젠가는 기필코 사고 말았을 것이다. 그만큼 맘에 들었고 설레었던 책이다.

그리이스부터 중세, 근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유수의 미술관 회화작품 중에서 특별히 '여인'을 주제로 하여 뽑은 책이다. 워낙 유명한 작품들도 물론 있지만 어지간한 그림은 보았다 싶은 내 눈에도 처음 보는 아름다운 작품들이 많아서 더 행복했다. 구도나 화필의 움직임, 작가의 의도를 살피기 위해 전체 그림 외에 클로즈업한 부분을 따로 불러 설명해준 대목들이 더 좋았다. 원화가 실려있는 세계 각지의 미술관을 보는 재미도 각별했고.

이 아름다운 그림들과 화가들의 뜨거운 사랑을 일일이 설명하고 따라가느라 모자란 말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옆 폴더의 '미지의 여인' 한 컷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도가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러시아미술전(展)에서 크람스코이의 "달빛"을 보고 그 아름다운 달빛 아래 비스듬히 앉은 여인의 자태에 오래오래 마음을 뺏겼다. 그 크람스코이의 또 다른 명작 "미지의 여인"을 표지 그림으로 만난 순간, 아 이 책의 성격을 이 여인의 눈빛 한 장으로 말해주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화로운 무개마차에 올라앉아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젊은 여인. 요란한 치장은 아니지만 품격있고 단아한 옷차림새에 꼿꼿하게 앉은 자세가 이 여인의 신분이 어떠한지를 말해준다. 이 여인의 시선은 또한 이 책장 갈피갈피에서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바로 그 여인들의 시선이고 이 책이 우리에게 하는 말이다.

언제나 수동적이고 어떤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그 여인들이 바로 주인공이 되어 미술사를아우르며 건너와 들려주는 이야기, 바로 이 책이다.

기획이 너무 좋아서 다른 방면으로도 이런 식으로펼쳐주는책이 또있으면 좋겠다.
강추한다.

제목 :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그림속의 여인 100
지은이 : 롤프 스네이더르 외
옮긴이 : 김완균
펴낸 곳 : 서강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