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행복한 길 고양이
소금눈물
2011. 11. 29. 12:12

생일선물로 조카 단지우유가 선물해준 쌍둥이 책 중 하나.
방사능이 한반도를 덮친다는 우중충한 뉴스를 들으며 하루종일 뒹굴거리며 읽었다.
며칠 전부터 사진만으로도 너무 이뻐서 아껴아껴 책장을 넘기던 책이다.
길고양이와 들꽃, 관심을 갖지 않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 풍경- 이라는 글이 붙은 사진이 있다.
정말이다. 길고양이든 들꽃이든, 떨어지는 은행잎이든 낡은 간판이든,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새삼 바라보지 않으면 거기 존재하나 또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다.
누군가는 길고양이 '따위' ..라고 할 지도 모르지만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내 곁에 있는 작고 연약한 생명을 돌아보는 것이고 그것은 내가 사는 세상과 삶을 또 그만큼 애틋하게 바라보는 길이기도 하다. 나와 더불어 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안타까이 사랑하고 기억하는 눈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아파트 '109동 고양이'가 생각났다.
109동 앞에 자주 나타나는 이 흰 고양이는 분명 야생으로 보이는데 사람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아무나 다리에 기대고 애교를 떨고 발라당을 한다.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 그 동에 사는 내 또다른 조카 (단지우유 동생넘)도 그 고양이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언젠가 퇴근길에 마주쳐서 배가 고픈 표정으로 냥냥거리길래 빵집까지 살살 달래며 데리고 와서 소시지빵을 사 준 적도 있었다.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며 아무래도 가방속에 캔사료 하나쯤 갖고 다녀야 하나 싶기도 하다.
내게 고양이는 처음부터 각별한 대상이 아니었다. 그냥 지나치는 풍경이었고 마음에 그늘도 꽃도 될 일이 없는 생물이었다. 그런 내가 고양이를 이렇게 좋아하게 된 것은 유별나게 고양이를 사랑하는 내 친구 강나루 때문이다. 양반이 양순이...강나루 때문에 나는 고양이에 대해 많이 배우고 그 사랑의 눈길도 조금은 덤을 얻었다.
삼돌이와 살다보니 더더욱 동물들이 눈이 들어온다. 너무 이쁘고 미안해서,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나누지 못하다보니 미안해서 나는 동물농장 같은 티비 프로그램을 보지 못한다. 학대받고 상처받는 동물들을 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서였다.
'행복한 길고양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지만 이 제목은 역설이다. 행복해라 길 고양이들아..라는 기원이다. 행복하기 어려우니까,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들을 해치고 함께 살지 못하는 인간으로서 미안해서, 그래서 마음만으로 빌어줄 수 밖에 없는 미안함이다.
그래도 아직 용기는 나지 않는다.
우선은 삼돌이 때문에 안 되기도 하지만 삼돌이 아니라도 길고양이를 입양해서 함께 살다 떠날 때에 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 아이를 어디로 보낼 수 있을까 미리 힘들어서다.
사진으로만 보며 사랑하고 애틋해하고 미안한 나도 비겁하다.
미안하다. 길고양이들아, 정말로 행복해라. 정말, 정말...
제목 : 행복한 길고양이
지은이 : 종이우산
펴낸 곳 : 북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