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역사가 보이는 조선왕릉기행

소금눈물 2011. 11. 29. 12:10

 

05/31/2011 08:26 pm공개조회수 1 0


전에 교육방송에서 홍릉의 사연을 듣고 몹시 분개하면서 언젠가조선왕릉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었다.
깊이..있다고는 말하기 좀 그래도 이 땅에 남아 있는 조선왕릉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니 정말 제대로 왕릉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
전에는 막연하게 왕릉이면 다 똑같은 양식에 주인들만 다르려니 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보니 시대에 따라, 사조에 따라, 능의 주인의 살아 생전 권력이나 지향하던 바, 혹은 후대 왕들의 권력이나 의도에 따라 왕릉의 모양도 거처도 석물들도 다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사연에 따라서는 새삼 처연하기도 하다.

단종의 장릉은 당연히 슬플 수 밖에 없는 사연과 규모를 가지고 있다. 반정을 일으킨 왕의 기세에 눌려 몰래 암매장을 해야 하고 6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야 수소문을 해서 그 암매장지에 조성된 왕릉이었으니 규모도 그렇고 왕릉의 구조 자체도 왕릉이라 하기 차마 민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단종의 비 정순왕후 송씨의 사릉(思陵)의 사연을 읽다보니 눈물이 핑 돈다. 억울하게 왕위에서 쫓겨나고 살해를 당한 소년임금을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백성들의 마음도 애달프고. 마냥 어리고 슬프게만 생각했던 단종이 청령포에 남긴 시를 보다보니 이 정도 기개를 가진 왕이었으니 세조가 무리를 해서라도 그렇게 죽여야했구나 싶어 과연 권력이란 무섭고도 슬픈 것이라는 생각도 다시 했다.

홍릉의 명성황후만 유해가 없는 줄 알았더니 중종의 릉인 정릉도 임진왜란때 왜구에 의해 파헤쳐지고 관이 불태워지는 변을 당해 그 유해가 없는 빈 능이라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 세자와 세자빈, 추존왕이 묻힌 왕릉이 제 각각 사연에 따라 파란만장한 사연을 품고 묻힌 릉을 보다보면 한 세상 사는 것이 왕후장상이나 장삼이사나 다 마찬가지여늘 삶과 죽음이 이리 무상하구나 싶어 쓸쓸해지기도 하고...

읽다가 내가 아주아주 각별히 사랑하는 정조의 아들 문효세자의 릉에 이르러 문효세자의 생모 표기가 잘못 된 걸 발견하고 또 이 불뚝성질을 참지 못해 출판사에 전화를 해서 제대로 고쳐달라고까지 했다. 비싸게 주고 산 책, 더구나 정을 들인 책을 읽다가 명백히 실수인 것 같은 오타 정도면 나도 봐주겠는데 이런 '정보를 전하는 책'에서 잘못 된 부분을 보면 그대로 보아넘기지 못하니 나도 어지간하긴 하다 -_-;

대략적인 능 소개만 본 셈인데 다음에는 각 능의 세세한 구조나 석물들, 전각들의 쓰임새나 특징들을 사진으로 확인하고 싶다.
또 책을 사야겠군.
풍죽도는 언제나 나갈른지 -_-;


제목: 역사가 보이는 조선왕릉기행
지은이: 황인희
사진: 윤상구
펴낸 곳 : 21세기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