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
오도를 무지개다리로 보내고 난 후, 삼돌이 친정엄마가 보내주신 책이다.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철렁해서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이런 준비는 미리 해야한다는데 생각만으로도 나는 힘들다.
내 친구 강나루낭자는 굉장한 애묘인이다. 애묘인이라는 말이 어쩌면 조금은 어색하게 들리는게, 항상 예닐곱(열 마리가 넘을 때도 있었다지)의 고양이들이 그녀의 가족이다. 다모때문에 처음 알게되어 친해지면서 어떻게 그 많은 고양이들과 아파트에서 살면서 불편하지 않은지, 어떻게 그렇게 행복한지 조금은 이해가 안 되었다. 한 두 마리라면 몰라도 열 마리가 넘는다니. 사람자리를 고양이가 다 차지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 치닥거리를 어떻게 다 하나, 털은 얼마나 날릴텐데 싶어서 걱정이 먼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줍잖은 오지랖이고 무지였다.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강나루가 날마다 하는 말에 귀기울이고 이야기를 듣다보니 고양이가 다시 보이고 너무 이뻐졌다. 급기야는 같이 살겠다고 살림일습을 다 준비했다가 막판에 털 때문에 포기를 했다. 하지만 아직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고양이 사진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니.
또 다른 내 친구 미니야님. 햄스터 오도(지금은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와 땡이, 토끼 토토, 얼마전에 새로 맞아들인 강아지 초당이까지 오글보글 끌어안고 산다. 작년 생일날, 생일선물로 삼돌이를 내밀었을때 나는 기겁을 했다. 햄스터라니!! 고양이도 강아지도 아닌 햄스터! 내가 보기엔 그저 좀 이쁘장한 쥐일 뿐인데!! 손도 못대고 벌벌 떨면서 어째 이런 시련을 내게 주시냐고 울상을 짓던 내가 요즘은 그녀석 보는 맛에 산다.
정이다.
정이 들고 마음을 주게 되면 그 동물이 강아지던 햄스터이던, 혹은 귀뚜라미나 개구리가 될 지라도 나를 위로하고 행복하게 하고 더불어 함께 사는 기쁨을 얻는다.
삼돌이와 함께 살면서 햄스터 뿐 아니고 다른 동물들에게도 애정이 넓어지고 저 동물들이 원래 누렸어야 할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이 생기면서 그것을 파괴하는 세상이 더 싫어지고 슬퍼졌다. 우리 눈에 보잘것 없더라도 그 작은 동물이 살 수 없는 자연이라면 종국에는 인간도 살 수 없지 않겠는가. 인간보다 더 큰 존재의 눈에는 토끼 한 마리의 목숨이나 사람 하나의 목숨값이 다르지 않을테니까. 더불어 함께 누리라고 주신 세상 아니던가. 그 동물들을 다 몰아내고 몇몇의 탐욕을 위해 세워진 모래기둥이 얼마나 찬란할 것이며 그게 얼마나 유지될 것인가.
내 시야를 넓혀주고 마음을 조금 더 따뜻하게 해준 내 행복의 이유 삼돌이가 세상을 떠난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오도를 보내면서 오도엄마만큼이나 나도 충격을 받고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예쁜데, 이렇게 착한 아인데 수명이 너무나 짧아 뒷모습을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너무나 슬펐다.
삼돌이를 보낼 준비를 미리 하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맘껏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행복하라고 보내주신 책인지는 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런 준비를 할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불길해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수많은 동물들을 사랑하고 떠나보내면서 함께했던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평화로운 죽음으로 인도해주기 위해 애쓰는 지은이를 보면서..나는 아직 힘들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삼돌이의 동영상을 부쩍 많이 찍게 되었다. 후회하지 말고 이뻐해야지. 이쁜 모습을 더, 더 많이 남겨야지...
언젠가는 이 책을 위로로 펴볼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삼돌아 사랑해.
우리 오래오래, 아주 오래오래 같이 살자.
제목 :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 -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지은이 : 리타 레이놀즈
옮긴이 : 조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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