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거꾸로 읽는 세계사
소금눈물
2011. 11. 28. 21:01
이 책을 거진 다 읽어갈 때는 비가 몹시 오던 한밤중이었다.
초저녁부터 잡고 있었는데 일본의 역사왜곡 꼭지를 넘길 무렵에서는 비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거셌다.
나는 넘기던 책장을 덮고 베란다에 나가 비가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벽에 다가오고 있었지만 머리끝이 다 서는 공포감에 쉽게 잠을 이룰 것 같지가 않았다. 장대비 때문이 아니라 책 내용이 주는 압도적인 공포 때문이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이것은 이 책이 처음 나올 때의 상황에서 어울리는 말이었을 것이다. 누구도 선뜻 알려고 하지 않고 의문을 달 수 없었을 근 현대 세계사의 얼룩진 사건들, 그 사건들이 만든 세계사의 거친 꼭지점이 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은 '거꾸로'라고 붙이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진실이 된 세계사이다. 아마도 다시 붙인다면 이 제목은 조금 수정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의 꼭지마다 등장하는 사건들은 오래된 과거가 아니라, 지금 현실에서의 우리가 겪는 일들이 아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 평범한 유대인 육군대위가 엉뚱하게 엄청난 간첩으로 모함되고 진실을 밝히려는 지식인들의 투쟁과 그들을 역적으로 몰아가는 기득권과 우매한 민중의 동조, 어디서 아주 많이 보는 모습이다. 대운하의 허구를 폭로하고 쫓겨난김이태 연구원, 광우병소를 취재하고 겪는 피디수첩의 수난, 불행한 이 시대의 상징이 된 네티즌 미네르바 구속 사건, 그리고 거리에서 날마다 마주치는 진실을 밝히려는 시민들의 고발과 그들을 폭행하고 협박하여 일부 빨갱이들의 준동으로 몰아가는 사이비언론과 무지한그 동조자들.
갈피갈피에서 나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 내일의 어두운 그림자를 본다.
우리의 역사와 너무 닮은 슬픈 나라의 비참한 이력을 보며 기가 막히고,더불어 그 나라가 선택한 부패하고 어리석은 지도자의 모습까지 발견할 때는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의 뿌리가 된 사건을 들여다보면아무 생각없이 그저 친미적은 사고방식으로만 접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사대주의가 도움도 못 되면서 한 민족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드는가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들기도 한다.
히틀러가국민의절대지지로 선택된 지지자였다는 걸 알면 민중의 선택이란 때로 얼마나 어리석고 끔찍한지.- 하기야 가장 공포스런 지도자는 의례 그 민중의 선택이지 무장혁명만은 아니었지않은가. 그예를 찾기 위해 먼 나라로 갈 것도 없지.
내개가장 끔찍한 사건은 책 말미의 <일본의 역사 왜곡>과 <핵과 인간> 꼭지였다. 우리에게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어버리는 다른 사건들에 비해, 이 두 명제는 우리의 당면한 현실이고 바로 우리가 겪을지도 모르는 가장 끔찍한 재난의 내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어떤 한 공동체의 자긍심을 높이는 픽션이 아니라 민족주의가 대체로 폭력으로 발전되고 그 주변국들에게 침략과 억압의 구실이 되는 일이 빈발하는 지금, 우리의 오랜 이웃이면서 그만큼 가장 끔찍한 과거를 얽고 살아온 일본이라는 나라의 속성, 그들의 추악한 의도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독도나 역사교과서 문제 뿐 아니라 식민지 시절 우리의 역사를 비틀고 우리의 근 현대사까지 망가뜨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너무나 뻔한 일본의 야욕이 패전으로 그치지 않고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의 어리석은 지도자와 그 무리들은 아무 생각없이저들의 욕심에만 충실한 나머지역사와 후손의 내일까지 저당잡히며 착실하게 주구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끔찍하다. 따지고 보면 이 나라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팔십 퍼센트는 해방 후 친일부역문제가 정확하게 정리, 처단되지 않고 그 인간들이 아무 반성이나 단죄 없이 바로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죄가 죄가 되지 않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도 권력만 가진다면, 돈만 있다면 용서가 되고 역사는 침묵하게 된다면 누가 양심을 지키고 목숨을 바쳐가며 그 나라를 지키려 하겠는가.
핵에 대해서도 그렇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게 얼마나 끔찍한 무기인줄도 모르고 ICBM이나 SDI니 떠들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가지고 협박을 하니 우리도 가져서 북침을 해 쓸어버리자는 위험천만한 소리도 대놓고 잘도 떠들었다. 인간의 과학은 아무리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절대 완전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몇 십만 분의 일이라는 오차가 얼마나 자주 발발하는지, 체르노빌 원자로 대폭발이 그렇게 아주 사소한 실수로 벌어진 참사라는 것도 모르면서, 다른 도망칠 곳도 없는, 좁아터진 땅덩이에서 저런 소리를 태연하게 해놓고 두려워할 줄도 모르는 그 무지의 대담함에 아연 기가 질릴 뿐이다. 북이든 남이든 핵을 보유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비수를 장난감으로 갖고 노는 것 처럼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 땅에서, 아니 세상에서 핵무기는 어떤 용도로도 이해될 수도 없고 용납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다뤄지는 사건도 사건이지만, 내가 더욱 감탄한 것은 지은이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말을 잘 하는 사람도 있고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있지만 둘 다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식과 품성이 조화를 이루어 상대방에게 이만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은 대단히 축복받은 능력이다. 특정한 교육을 받지 않고도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언어로 평범한 대중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전달할 수 있는 이를 많이 보지 못했다. 그 능력이 아주 탁월한 사람을 내가 두 사람 알고 있는데 그 두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시민이었다. 자신들만의 언어로 한껏 뽐내면서현학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진솔하게 그 마음을 전하는 능력, 아마도 그 뿌리에는 자신이 마주하는 독자( 혹은 대중)와 동질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서 그만큼 배려가 깊은 사람이어서 가능했을 게다.
좋은 책은 읽으면서 그 말들 사이에서 내 마음을 내려놓고 온전히 지은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함께 공감하고 분노하고 슬퍼할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읽고 나서도 오래 내 양심을 울리어 생각을 남기는 책이다.
아주 커다란, 인류가 꼭 기억하고 다시 되풀이 하지 말아야 될 사건들의 이야기, 그러나 어렵지 않고 쉽게 잘 따라가는 길잡이를 해 주는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그렇게 좋은책이다.
(사족-<2008년 이후한국의 모습>이 이후에 이런 책에 등장하는 일이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제목 :거꾸로 읽는 세계사
지은이: 유시민
펴낸 곳: 푸른나무
초저녁부터 잡고 있었는데 일본의 역사왜곡 꼭지를 넘길 무렵에서는 비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거셌다.
나는 넘기던 책장을 덮고 베란다에 나가 비가 쏟아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새벽에 다가오고 있었지만 머리끝이 다 서는 공포감에 쉽게 잠을 이룰 것 같지가 않았다. 장대비 때문이 아니라 책 내용이 주는 압도적인 공포 때문이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이것은 이 책이 처음 나올 때의 상황에서 어울리는 말이었을 것이다. 누구도 선뜻 알려고 하지 않고 의문을 달 수 없었을 근 현대 세계사의 얼룩진 사건들, 그 사건들이 만든 세계사의 거친 꼭지점이 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은 '거꾸로'라고 붙이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진실이 된 세계사이다. 아마도 다시 붙인다면 이 제목은 조금 수정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의 꼭지마다 등장하는 사건들은 오래된 과거가 아니라, 지금 현실에서의 우리가 겪는 일들이 아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 평범한 유대인 육군대위가 엉뚱하게 엄청난 간첩으로 모함되고 진실을 밝히려는 지식인들의 투쟁과 그들을 역적으로 몰아가는 기득권과 우매한 민중의 동조, 어디서 아주 많이 보는 모습이다. 대운하의 허구를 폭로하고 쫓겨난김이태 연구원, 광우병소를 취재하고 겪는 피디수첩의 수난, 불행한 이 시대의 상징이 된 네티즌 미네르바 구속 사건, 그리고 거리에서 날마다 마주치는 진실을 밝히려는 시민들의 고발과 그들을 폭행하고 협박하여 일부 빨갱이들의 준동으로 몰아가는 사이비언론과 무지한그 동조자들.
갈피갈피에서 나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 내일의 어두운 그림자를 본다.
우리의 역사와 너무 닮은 슬픈 나라의 비참한 이력을 보며 기가 막히고,더불어 그 나라가 선택한 부패하고 어리석은 지도자의 모습까지 발견할 때는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의 뿌리가 된 사건을 들여다보면아무 생각없이 그저 친미적은 사고방식으로만 접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사대주의가 도움도 못 되면서 한 민족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드는가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들기도 한다.
히틀러가국민의절대지지로 선택된 지지자였다는 걸 알면 민중의 선택이란 때로 얼마나 어리석고 끔찍한지.- 하기야 가장 공포스런 지도자는 의례 그 민중의 선택이지 무장혁명만은 아니었지않은가. 그예를 찾기 위해 먼 나라로 갈 것도 없지.
내개가장 끔찍한 사건은 책 말미의 <일본의 역사 왜곡>과 <핵과 인간> 꼭지였다. 우리에게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어버리는 다른 사건들에 비해, 이 두 명제는 우리의 당면한 현실이고 바로 우리가 겪을지도 모르는 가장 끔찍한 재난의 내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어떤 한 공동체의 자긍심을 높이는 픽션이 아니라 민족주의가 대체로 폭력으로 발전되고 그 주변국들에게 침략과 억압의 구실이 되는 일이 빈발하는 지금, 우리의 오랜 이웃이면서 그만큼 가장 끔찍한 과거를 얽고 살아온 일본이라는 나라의 속성, 그들의 추악한 의도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독도나 역사교과서 문제 뿐 아니라 식민지 시절 우리의 역사를 비틀고 우리의 근 현대사까지 망가뜨리고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너무나 뻔한 일본의 야욕이 패전으로 그치지 않고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의 어리석은 지도자와 그 무리들은 아무 생각없이저들의 욕심에만 충실한 나머지역사와 후손의 내일까지 저당잡히며 착실하게 주구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끔찍하다. 따지고 보면 이 나라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팔십 퍼센트는 해방 후 친일부역문제가 정확하게 정리, 처단되지 않고 그 인간들이 아무 반성이나 단죄 없이 바로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죄가 죄가 되지 않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도 권력만 가진다면, 돈만 있다면 용서가 되고 역사는 침묵하게 된다면 누가 양심을 지키고 목숨을 바쳐가며 그 나라를 지키려 하겠는가.
핵에 대해서도 그렇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게 얼마나 끔찍한 무기인줄도 모르고 ICBM이나 SDI니 떠들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가지고 협박을 하니 우리도 가져서 북침을 해 쓸어버리자는 위험천만한 소리도 대놓고 잘도 떠들었다. 인간의 과학은 아무리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절대 완전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몇 십만 분의 일이라는 오차가 얼마나 자주 발발하는지, 체르노빌 원자로 대폭발이 그렇게 아주 사소한 실수로 벌어진 참사라는 것도 모르면서, 다른 도망칠 곳도 없는, 좁아터진 땅덩이에서 저런 소리를 태연하게 해놓고 두려워할 줄도 모르는 그 무지의 대담함에 아연 기가 질릴 뿐이다. 북이든 남이든 핵을 보유하는 것은 어린아이가 비수를 장난감으로 갖고 노는 것 처럼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 땅에서, 아니 세상에서 핵무기는 어떤 용도로도 이해될 수도 없고 용납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다뤄지는 사건도 사건이지만, 내가 더욱 감탄한 것은 지은이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말을 잘 하는 사람도 있고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있지만 둘 다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식과 품성이 조화를 이루어 상대방에게 이만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은 대단히 축복받은 능력이다. 특정한 교육을 받지 않고도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언어로 평범한 대중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전달할 수 있는 이를 많이 보지 못했다. 그 능력이 아주 탁월한 사람을 내가 두 사람 알고 있는데 그 두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시민이었다. 자신들만의 언어로 한껏 뽐내면서현학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진솔하게 그 마음을 전하는 능력, 아마도 그 뿌리에는 자신이 마주하는 독자( 혹은 대중)와 동질의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서 그만큼 배려가 깊은 사람이어서 가능했을 게다.
좋은 책은 읽으면서 그 말들 사이에서 내 마음을 내려놓고 온전히 지은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함께 공감하고 분노하고 슬퍼할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읽고 나서도 오래 내 양심을 울리어 생각을 남기는 책이다.
아주 커다란, 인류가 꼭 기억하고 다시 되풀이 하지 말아야 될 사건들의 이야기, 그러나 어렵지 않고 쉽게 잘 따라가는 길잡이를 해 주는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그렇게 좋은책이다.
(사족-<2008년 이후한국의 모습>이 이후에 이런 책에 등장하는 일이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제목 :거꾸로 읽는 세계사
지은이: 유시민
펴낸 곳: 푸른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