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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소금눈물 2011. 11. 4. 17:03




나 박달호.
한때는 잘 나가던 사람이었어 이거 왜 이래.
궁에서 임금을 모시던 내관이었다는 거야.
내관이라면 무식한 것들은 뭐 고자니 뭐니 놀리기부터 하지만, 어엿한 관원이야, 나랏님이 주시는 녹봉을 먹던 사람이라구.
평생 가야 임금님 그림자도 못볼 것들이 말야.

지금 뭐하냐구?
아 내가 또 인기가 좀 좋아야지.
인물 훤칠하지, 배포넓지, 아 내가 나서면 그냥 동네 여편네들이 오금을 저려요 그냥.
눈도 뒤룩뒤룩허니 딱 봐도 조선팔도에 나 같은 사내가 없지 암.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니까 그래.
아 동네 여편네들이 그래요. 진짜라니깐! 사람 참 속고만 살았나.

그리고 말야.
내 이 말은 극비라 말 안해주려고 했는데, 자네가 하도 못미더워하니 하는 소리야.
어디가서 소문내면 큰일난다구.
우리 조카 알지? 이번에 무과에 딱 붙은 그 녀석.
그 녀석이 그래 세손저하 동무라니까.
아 그 녀석은 영 시큰둥한데 저하께서 그렇게 얠 좋아해.
틈만 나면 미복을 하시고 우리집에 오신다니까.

안 믿어?  왜 안 믿어?
그러게 자네가 무슨 세손 저하 갓끈이라도 봤어야 알지. 흐흐
암튼 그래!






아참 무슨 얘길 하려고 했더라?
그래 맞어.
사내답고 마음 넓은 내가, 주막집 과부주모가 집이 다 허물어져간다고 울상을 하는데 내가 또 그걸 보면 박달호가 아니잖아.
힘도 남아나겠다, 이런 것 쯤이야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될 일이지.







됐어?





아유 애썼수
내가 한상 떡 부러지게 차려올테니, 기다려용~





그 참, 여편네 콧소리 하나는.
이 주막이 왜 그렇게 온 동네 장돌뱅이가 다 몰려드는지 알겠네.






아니 눈에 티가 들어갔나 왜 그렇게 깜짝거려?







탁배기 마시는 것도 참 사내답네.


아니 뭐 날마다 듣는 소리를 뭘 새삼스럽게.

사내가 참 다정하기도 하지.
장가가면 마누라한테 참 잘하겠수?





엉 마누라?
내 팔자에 마누라는 무신.





아 아니유, 내 댁처럼 살가운 남정네는 처음 봤수
조카한테도 그렇게 잘하는 사람이 여편네한테는 오죽할까.






하, 하, 하긴 내가 좀 살갑긴 하지.




아마 고자가 제 마누라 위하듯 그럴 양반이우.

컥!!





고, 고, 고자!!!





왜요, 고자 몰라요?





고자..
알어. 아니 몰라. 몰라 그런 거.
나 고자 몰라!!





이게 누구야?
세손저하 익위사 아니신가
아 내가 뭐랬어.
진짜 세손저하 익위사가 찾아다니는 사람이라니까.
아이구 딱 맞춰 잘왔소, 내가 갑자기 지금 우리 조카 생각이 딱 나던 참이라니까.





아이구 이놈 대수야아~~
네가 어떤 놈인데 어디를 다쳐서 죽어가.

세손이고 나발이고 우리 대수 손끝 하나 다치게만 하면 내가 가만 안둔다.





대수야 이놈아아~
고자로 살아온 것도 억울한데, 우리 집안 유일한 핏줄이 너 하나다
너 죽으면 나도 못산다 이눔아,

대수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