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여신들로 본 그리스 로마 신화
소금눈물
2011. 11. 28. 20:12
제목에는 '여신들로 본'으로 되어있지만 어차피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여신들의 이야기를 따로 뽑기 뭐하리만큼 대부분의 신화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짧게 뽑아놓았다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내 첫사랑이 일리아드의 아킬레스라고 여러군데서 떠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인가, 오빠가 빌려온 책을 온갖 구박을 다 받으며 훔쳐본 이야기가 일리아드였다. 그 일리아드의 놀랍고 환상적인 이름들이 지금 이 책을 보노라니 고스란히 살아난다.
내가 좋아했던 그녀들, 지혜와 평화의 여신이면서 전쟁의 신이기도 했던 아테네, 딸을 잃고 대지를 황무지로 만들며 분노하던 데메테르, 열정의 여인 디도, 정의의 딸 엘렉트라, 그 남편 오딧세우스가 세상을 떠돌며 모험을 할 때 고향에서 이십 년을 기다리며 고통을 겪어야 했던 현숙한 아내 페넬로페... 그리고 트로이의 가장 불행한 여인 헤카테.
그러고보니 나는 남신들보다 이 여인들을 더 사랑했던 듯 싶다. 끊임없이 사고를 치고 세상을 떠돌며 무용담을 자랑하던 위대한 남신들보다도, 그 남자들이 만든 고약한 운명을 용감하게 헤치며 자신을 불살라 존엄을 지킨 여신들의 이야기, 정녕 그녀들은 위대하고 아름다웠다.
세상이 미워 눈을 감고 싶을 때 도망갈 곳이 있으니 하긴 나는 정말 외롭지는 않은가보다.
밤하늘의 별이 된 아름다운 여신들의 이야기.
채울 수 없는 갈증의 욕심을 이제 포기하고 나도 이제 별이나 바라보고 살아야 하나보다.
제목: 여신들로 본 그리스 로마신화
지은이 : 베티 본햄 라이스
옮긴이 : 김대웅
펴낸 곳 : 두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