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바람의 화원

소금눈물 2011. 11. 24. 21:46

 

09/11/2007 12:00 am공개조회수 1 0





오 마이 갓!!
지금 막 책장을 덮고... 뭐라고 써야 할 지,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를 몰라 고개만 절래절래 젓고 있다.
행궁여행길에서도 빨리 읽지 않으려고, 읽은 구절 또 읽고 뒤로 돌아가 그림 다시 한 번 보고- 하면서 주춤주춤 온 길이 이제 닫혔다.

솔직히 말하자면 작가의 전작 보다는 극적인 구성이나 감동은 떨어진다고 본다. 하지만 공을 많이 들이는 글쓰기에 이처럼 파격적인 상상력은 정말... 아, 이야기꾼은 타고나야 하는 것인가 보다.

우리 미술사의 가장 뛰어난 천재,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그림과 그 그림들 사이로 비쳐지는 조선 정조시대의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담백한 색상에 단순하고 거침없는 화법의 단원, 섬세하고 화려한 혜원의 그림.
투박한 무명과 몸에 흐르는 듯 감겨드는 비단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실 단원의 그림은 우리가 익히 아는 민화의 그 느낌만이 전부는 아니다. 민중의 생활사를 알고 싶어했던 정조의 명령으로 그는 임금이 갈 수 없는 나라 땅 구석구석을 다니며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렇게 보여주었을 뿐이었다.
그는 문인화에 이미 독보적인 인물이었고 말년의 불화에도 심취해서 수 많은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이 책에서 나오는 그림들은 내가 보고 느끼는 이야기와 꼭 같지는 않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작가는 다르게 그렸다. 내가 틀리게 보았다고도, 맞게 보았다고도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은이의 손을 떠나면 그것은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하는 이의 것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 후에 이 그림들을 보게 되면 나는 이 책에서 들려오던 단원과 혜원의 나지막한 말소리, 그들의 열정과 꿈과 슬픔을 온전히 지워버리고 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야기를 길게 하면 안되겠다.
아무래도 너무 충격적인 스포일러가 내 손가락을 뚫고 자판 밖으로 기어나올 것만 같기 때문이다.

오래 떠들어보지 않아 먼지만 잔뜩 앉아 있는 <그림편지>방을 오늘 밤은 작정하고 좀 뒤져야겠다. 단원과 혜원 그림이 아마 몇 점 있지?


사족 ; 1-기대했던 정조대왕의 모습은 너무 적게 나와 아쉬웠지만, 내가 눈물을   흘렸던 유일한 장면이기도 했다.
         2- 내가 단원의 그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추성부도>가 맨 첫장에 나와서 너무 좋았다.
       

제목 : 바람의 화원
지은이 : 이정명
펴낸 곳 : 밀리언 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