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소금눈물 2011. 11. 24. 21:32

 

04/13/2007 10:46 pm공개조회수 1 2



그대를 뼈로 삼아
버텨야 할 때가 있다
그대를 두 팔로 삼아
휘둘러야 할 때가 있다
그대를 가슴으로 삼아
침묵해야 할 때가 있다

<철근>

지난번 선거 이후 세상에 눈도 귀도 다 닫고 살면서 되어가는 꼬라지를 그냥 웃으며 나도 즐겨보자 했다.
누가 뭐라던, 어떤 군상들이 지나가던 아침 저녁 뉴스를 안 보고, 신문도 앞쪽은 펴보지도 않고 지나치니 속이 편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하다보니 아파트 앞 마당이 요란하다. 몰랐는데 무슨 선거가 또 있단다. 구십도로 고개를 숙이는 초로의 여인네, 분단장이 아쉽게도 버짐이라도 핀 듯 들떠버렸다.
정성스럽게 전해주는 명함을 뒤져보니, 민주평통, 재향군인회, 모모대학의 무슨무슨 위원회회장... 이력이 참 두서도 없다.

무엇으로 나는 뼈를 삼고 휘두를 무기로 삼아, 이 헛헛한 가슴을 채울 수 있을까.
도무지 시끄럽고 딱 짜증 뿐이다.
강재가 그러더라. "사람스럽기나 했으면 좋겠네"
확성기를 들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얼굴에게, 내가 중얼거린 소리다.

채울 무엇이 보이지 않으니, 그저 입다물고 길게 침묵해야할 모양이다.
참 외롭다...



제목 :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지은이 : 이재무
펴낸 곳 : 문학과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