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어떤 비가(悲歌)

소금눈물 2011. 11. 24. 21:29

 

04/03/2007 05:18 pm공개조회수 1 0





그대를 기다리는 내 자유의 의자에
산발한 저녁 연기처럼
가늘게 슬픔의 떼들이 내려앉을 적,
내 떨리는 손가락은
비가의 흐느끼는 현을 골라짚고서
그저 하염없었다 한들.
이윽고 잠 아니 오는 한밤의 적막 속으로
내 의식의 불씨들은 꺼져들고
흐느끼는 현마저 어둠 속으로 잦아들어
그저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한들,
그러나 언제나 전하시라,
내 외로운 기대의 손바닥에 놓인
조용한 기다림의 의미를.
패랭이꽃 눈 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대 없는 빈 그림자를 지키고 서서
이렇게 바람처럼 지나가는 내 생각은
그저 부질없었다 한들.




-어떤 비가.
박정만. <박정만 시전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