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감염된 언어.
소금눈물
2011. 11. 24. 21:24
지금까지 읽어오던 고종석의 책 중에서 가장 어려운 책이었다.
영어공용화에 대한 논쟁이나 한자병기에 대해서 내가 지금까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우리말, 즉 한국어(지은이는 "한국어"와 "한글"을 굳이 구분하고 싶어한다)만 할 줄 아는 이인데다 만일 영어공용화가 현실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제일 먼저 도태될 답답이인지라 공용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말에 일견 그럴법하다고 끄덕이면서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공용화를 두고 복거일이나 이윤기나 그 이름의 높이가 어떠한지를 알기 때문에 막연히 그저 양 쪽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다- 고작 그런 짐작 뿐이다.
사실은 책을 다 읽고난 다음에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몇 개 국어를 알고 그 말들의 어원과 형태변화 및 다른 말과 섞이어 화학변화를 이루는 모양까지 세세히 살필 줄 아는 지은이 같은 이들에게는 아마도 참 답답한 노릇일 것이나 사실 그렇다.
시대가 그렇다니 한국어만 고집하며 그 순수성을 지키는 일에만 골몰하다가는 자칫 시대에 뒤떨어진 민족주의자(저자가 아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그-)가 되기 십상이겠다.
그래도 한자병기에 대한 견해에서만은 다행히 지은이의 생각을 많이 따라간다. (다행히라는 것은, 누누히 떠들었듯이 내가 그를 몹시 좋아함이고 좋아해서 닮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어처구니 없는 소리지만 그 닮은 생각이 많아질 수록 똑똑한 그 사람과 어딘지 조금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 하여 혼자 기꺼운 것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웃기긴 하다)
그는 한자를 많이 익혔지만 한글이 편하고 한글만으로도 족하게 글을 쓰고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말하는 한자와 우리 문자의 관계는 작은 제목으로 붙인 그 말 그대로 "버리고 싶은 유산"이나 "버릴 수 없는 유산"인가 보다. 이미 한자는 중국만의 고유글자가 아니라 한국어 속에 스미고 일본어 속에 스며 많은 단어를 만들고 그 단어속에 변형되어 다시 새로운 그 나라의 말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한자를 병용해서 명확하게 밝혀지는 글자가 적지 않다.
그는 "개인적인 견해"라는 말을 붙여 이렇게 말한다.
- 적어도 각급 학교의 교과서에서는 한글 전용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교과서는 , 말하자면, 한국어의 표준적 텍스트를 모아놓은 것이다. 그런 표준적 텍스트들에는 한국어의 모범적 서기체계가 반영되는 것이 옳다. 한국어의 모범적 서기체계는, 말할 것도 없이, 민주적 가치를 담고 있는 한글 전용이다. -
중간토막만 갖다 옮겨서 어리둥절할 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말을 내 생각대로 옮기는 것도 정말 쉽지가 않다.
내가 사실 지은이의 얼굴 중에서 좋아하는 면은 조선일보에 짜증을 내는 시사칼럼니스트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이 책 맨 끝에 실린 <서경별곡>을 풀어주는 얼굴이 정말 좋아하는 모습이다.
재치와 해박함, 우리 고대문학사를 눙치며 풀어놓은 지적인 이야기꾼의 말에 넋을 놓고 즐거워한다. 이건 정말 말 그대로 책읽기의 즐거움이다.
우리의 언어, 즉 한국어를 둘러싼 이런저런 풍경과 다른 언어와의 갈등을 속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이에게 추천이다.
물론 고종석을 막무가내로 좋아하는 나 같은 이에게도 두말할 것 없다.
제목: 감염된 언어
지은이: 고종석
펴낸 곳: 개마고원
영어공용화에 대한 논쟁이나 한자병기에 대해서 내가 지금까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우리말, 즉 한국어(지은이는 "한국어"와 "한글"을 굳이 구분하고 싶어한다)만 할 줄 아는 이인데다 만일 영어공용화가 현실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제일 먼저 도태될 답답이인지라 공용화를 주장하는 이들의 말에 일견 그럴법하다고 끄덕이면서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공용화를 두고 복거일이나 이윤기나 그 이름의 높이가 어떠한지를 알기 때문에 막연히 그저 양 쪽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다- 고작 그런 짐작 뿐이다.
사실은 책을 다 읽고난 다음에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몇 개 국어를 알고 그 말들의 어원과 형태변화 및 다른 말과 섞이어 화학변화를 이루는 모양까지 세세히 살필 줄 아는 지은이 같은 이들에게는 아마도 참 답답한 노릇일 것이나 사실 그렇다.
시대가 그렇다니 한국어만 고집하며 그 순수성을 지키는 일에만 골몰하다가는 자칫 시대에 뒤떨어진 민족주의자(저자가 아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그-)가 되기 십상이겠다.
그래도 한자병기에 대한 견해에서만은 다행히 지은이의 생각을 많이 따라간다. (다행히라는 것은, 누누히 떠들었듯이 내가 그를 몹시 좋아함이고 좋아해서 닮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어처구니 없는 소리지만 그 닮은 생각이 많아질 수록 똑똑한 그 사람과 어딘지 조금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 하여 혼자 기꺼운 것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웃기긴 하다)
그는 한자를 많이 익혔지만 한글이 편하고 한글만으로도 족하게 글을 쓰고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말하는 한자와 우리 문자의 관계는 작은 제목으로 붙인 그 말 그대로 "버리고 싶은 유산"이나 "버릴 수 없는 유산"인가 보다. 이미 한자는 중국만의 고유글자가 아니라 한국어 속에 스미고 일본어 속에 스며 많은 단어를 만들고 그 단어속에 변형되어 다시 새로운 그 나라의 말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한자를 병용해서 명확하게 밝혀지는 글자가 적지 않다.
그는 "개인적인 견해"라는 말을 붙여 이렇게 말한다.
- 적어도 각급 학교의 교과서에서는 한글 전용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교과서는 , 말하자면, 한국어의 표준적 텍스트를 모아놓은 것이다. 그런 표준적 텍스트들에는 한국어의 모범적 서기체계가 반영되는 것이 옳다. 한국어의 모범적 서기체계는, 말할 것도 없이, 민주적 가치를 담고 있는 한글 전용이다. -
중간토막만 갖다 옮겨서 어리둥절할 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말을 내 생각대로 옮기는 것도 정말 쉽지가 않다.
내가 사실 지은이의 얼굴 중에서 좋아하는 면은 조선일보에 짜증을 내는 시사칼럼니스트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이 책 맨 끝에 실린 <서경별곡>을 풀어주는 얼굴이 정말 좋아하는 모습이다.
재치와 해박함, 우리 고대문학사를 눙치며 풀어놓은 지적인 이야기꾼의 말에 넋을 놓고 즐거워한다. 이건 정말 말 그대로 책읽기의 즐거움이다.
우리의 언어, 즉 한국어를 둘러싼 이런저런 풍경과 다른 언어와의 갈등을 속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이에게 추천이다.
물론 고종석을 막무가내로 좋아하는 나 같은 이에게도 두말할 것 없다.
제목: 감염된 언어
지은이: 고종석
펴낸 곳: 개마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