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잔치
소금눈물
2011. 11. 24. 21:17
'그러면 그(에로스)의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그리고 어머니는?'
하고 내(소크라테스)가 말했네,
그 여자는 이렇게 대답하데.
'이야기가 좀 길어지겠습니다만, 그래도 선생님을 위해서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아프로디테가 태어났을 때 신들이 축하 잔치를 벌였는데, 그 중에는 다른 신들과 함께 메티스(사려의 뜻, 인간과 신 사이에서 가장 지모가 뛰어난 여신)의 아들인 포로스(풍요의 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잔치가 끝난 뒤에, 그런 경우에 늘 있듯이 페니아(빈곤)가 구걸을 하러 와서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자 포로스는 신주에 만취해서 -포도주는 아직 없었던 시절이니까요- 제우스의 뜰에 들어가, 거기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잠이 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페니아는 자기가 가난하니까 포로스로 하여 애를 낳으려는 꾀를 내서, 그 옆에 붙어 누워 에로스를 배었습니다.
바로 이 까닭으로 해서 에로스는 아프로디테를 따르고 섬겨 모시는 자가 된 것입니다.
그것은 그가 이 여신의 생일날에 태어났고, 동시에 나면서부터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였고, 게다가 아프로디테 자신이 아름다운 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에로스는 포로스와 페니아 사이의 아들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운명을 지게 되었습니다.
첫째로 늘 가난하며, 흔히들 생각하듯이, 상냥하고 아름답기는 커녕, 거칠고, 초라하고, 맨발이고, 집도 없고, 언제나 이부자리 없이 땅 위에 눕고, 한데의 문턱이나 길가에서 잠을 잡니다.
이것은 다 어머니 편의 성질을 받아서 늘 없는 상태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다른 편으로는 아버지도 닮아서, 언제나 아름다운 것과 선한 것을 넘보고, 용감하고, 대담하며, 뚝심 세고, 능숙한 사냥꾼이고, 언제나 무슨 계략을 짜내고, 사려 분별을 구하면서 실수가 없고, 평생토록 지혜를 사랑하며, 또 뛰어난 요술사, 마법사, 그리고 학자입니다.
게다가 그 본성이 죽지 않는 것도 죽는 것도 아니고, 하루 사이에도 일이 잘 되면 꽃을 피워 살고 있는가 하면, 때로 죽기도 하지만, 아버지에게서 받은 본성에 따라 다시 살아납니다.
그러나 얻으면 늘 잃기가 일쑤인지라, 에로스는 늘 궁하지 않지만, 넉넉하지도 못합니다.'
아가톤의 집에서 향연이 베풀어졌을때 예언녀 디오티마가 말해준 에로스의 속성을 전하는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페니아와 포로스의 성품을 갖고 태어난 에로스.
사랑이여,
그대 진정 참혹하도록 아름답고 가난하구나.
그 아름다움은 끝간 데가 없고 아무리 베풀어도 부족함이 없으며
또한 아무리 받아도 그 갈망을 채울 수 없고 그 서러움을 위로받을 길이 없으니.
하루종일 시린 마음을 닦다.
이렇게 태어난 것을 어쩌란 말이냐...
제목 : 잔치
지은이 :플라톤
옮긴이: 조우현
펴낸 곳 : 도서출판 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