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욕조 속의 세 사람

소금눈물 2011. 11. 24. 20:55

 

05/29/2006 10:15 pm공개조회수 1 3



오래전에 사놓았던 책이다.
한꺼번에 몰아사면 이렇게 쳐져서 한참 지난 뒤에 뒤적거리게 되는 애가 꼭 나오는데 그런 녀석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왜 샀을까?
사놓고도 앞 부분을 뒤적거리다 다 못 읽고 꽂아놓았던 이유를 다시 보면서 깨닫는다.
이건 내 취향이 아니었던 거다.

뭔가 좀 있을 것 같은 - '오이디푸스에서 니체, 우디 알렌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운 영혼들의 삼각 사랑이야기- 라는 부제에서 혹했나보다.
제목땜에 참 여러번 자빠진다 -_-;
이 책을 쓴 사람은 바바라 포스터, 마이클 포스터 그리고 레다 헤더디 삼인이다.
부부와 또 한 사람.
그리고 제목. - 뭔가 딱 떠오르지 않은가?
일부일처제의 사회제도를 가진 곳에서라면 쉽게 받아들이기엔 상당히 좀..껄쩍지근할 관계들이다.
다른 이의 시선이 불편할 뿐이지 삼각사랑(삼각관계가 아니다)은 얼마든지 문화사적으로도 보편적으로 유지되어온 관계였고 나름대로, 아니 훨씬 더 아름답고 열정적이고 지성적이라고 항변하고 싶었나보다.
솔직히 나는 이성애자이고 일부일처제가 그래도 인류학적으로 가장 보편성을 확인받은 결혼제도라고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다.
그러니 읽는 내내 썩 공감이 가거나 우와 좋겠다~ 하는 생각은 들지 못했다.
(이성애며 일부일처제는 문화적이고 지리적인 편견일 수 있다고 변명했자나~!)

삼각사랑과 삼각관계의 차이가 뭘까.
세 사람 이상의 치정관계에서 아무도 불편하지 않고 만족하면서 그렇게 그들은 자알 살았다~ 하고 끝나면 삼각사랑이고, 어떻게 나 말고 다른 애를!! 부르르 떨게 되면 삼각관계가 되는 건가.
뭐 나는 해 본적이 없지만 그래 세 사람 이상의 연애관계가 서로간에 갈등없이 허용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해피할 수도 있다. 내가 해보지 않고 또 드믄 관계 (적어도 가시적으로는)라고 해서 그게 반드시 불편부당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내내 주인공들이 안스러워지는 거다.
창세기부터 오이디푸스 , 볼테르, 장 자크 루소, 바이런, 루 살로메, 미테랑, 버나드 쇼, 사르트르, 보봐르, 헤밍웨이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고도 화려한 문화사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법적으로 공인된 배우자와 사회적으로 묵인된 또 다른 정부, 그리고 또 그 배우자의 정부들이 모두 사이좋게 우정과 애정을 나누어 살면서 정신세계를 마음껏 꽃 피웠다.. 요게 요지다.

내가 지독한 편견을 갖고 있는 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한숨을 쉬면서 -
어쩐지 이해받고 싶어서 애를 쓰는 세 사람의 저자가 보이는 거다.
봐봐.. 얼마든지 있어. 무식하고 무지한 너네들이 그 새까만 안경을 쓰고 너희들이 사는 삶의 형태만이 전부라고 주장하지만 말야. 눈에 보이는 게 다는 아니잖아.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세상의 곳곳에는 법적으로 허용된 배우자 이외의 관계에서도 세 사람이 얼마든지 행복하고 만족한 관계가 있다는 걸 모르고 떠드는 거야.
우리를 이해해 달라는 게 아냐. 무지를 벗어버리라는 거지 -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문득 난희아씨의 말이 생각났다.

-함께 살자 옥아.
투기치 않을 것이다

들으면서 등골이 써늘해졌던 말이다.
다모에서는, 사회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선점한 난희가 윤을 두고 셋이 사이좋게 살자는 말이지만 이건 그렇게 해서라도 윤의 옆을 차지하고픈 소망이지만 세상에 둘도 없이 윤을 생각하는 옥이에게, 사회적으로 절대 용인 받을 수 없는 그 아이의 답답한 처지에서는 제가 서 있는 곳을 얼마나 무섭게 직시해야 하는 잔인한 말이었던가.
진짜로 난희가 서로 친구처럼 사이좋게 살자고 하고 또 그렇게 갈등 없이 살 수 있었다면 행복했을까.
아 물론 윤이나 옥이처럼 다른 누구는 절대 생각할 수도 없는 외곩수의 사랑을 하는 이에겐 이 구도 자체가 모욕이겠지만 말이다.
(난희아씨. 진짜 그렇게라도 행복했겠소? 투기치 않을 수 있었소?)

삼천포로 갔네 에혀~

다모얘긴 삭제하고 ;;

천재예술가들과 철학자들, 대단한 권력을 가졌던 많은 이들이 이런 삼각사랑을 했단다.
그들은 작은 갈등도 없이 그저 사이좋게 행복했단다 모두가.
(정말로 노희경의 '거짓말'스런 말이지만)

파탄이라고, 난봉이라고 그렇게까지는 말하지 않겠다.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나는 느낌이 시원찮다.
새삼스럽게 세 공동저자를 다시 바라본다.

행복하우?
진짜 당신들 말대로 행복하다면 - 그러면 되었지 뭐.
이런 예를 줄줄이 들어가면서 남의 이해를 구할 게 뭐 있수.
행복하면 된 거야. 누가 뭐라든.






제목 : 욕조 속의 세 사람
지은이 : 바바라 포스터. 마이클 포스터. 레다 헤더디
펴낸 곳 : 세종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