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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

소금눈물 2011. 11. 24. 20:37

 

02/24/2006 09:10 pm공개조회수 1 22





한꺼번에 책을 사면 꼭 한 두권은 쳐지는 녀석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번은 퍽 성공한 편이다.
사진집들이 많아서 좀 무리가 되긴 했지만 요 며칠, <책읽기의 즐거움>을 흠뻑 만끽한다. 밤이 짧도록 나는 행복한 독서에 빠져있다.
그 중에서 바로 이 책, 올해 산 아주 괜찮은 책 중의 한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불멸의 아티스트 17명의 초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파졸리니, 가우디, 플라스, 사티, 스티글리츠, 다자이 오사무, 케테 콜비츠, 블레즈 상드라르, 브랑쿠시, 로르카, 다이안 아버스, 모리스 위트릴로, 클림트, 니진스키, 루이 페르디낭 셀린, 로버트 카파, 히에로니무스 보슈...
이름만으로도 현기증이 나는, 그야말로 불멸이 될 아티스트, 불꽃처럼 살다간 별의 이름들이다.
그 하나하나의 이름이 얼음처럼, 송곳처럼 가슴에 와 박힌다.
가득한 흑백사진들을 넘기며 내가 눈이 있음이 감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문자해득의 은혜가 있음이 감사하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기가 아깝게 좋은 책이다.
그 하나하나가 이미 별이고 꽃이고 날아가 박히는 화살들일진대 이름을 불러내어 새삼 설명하고 찬탄하기가 벅차다.

저자의 서문에서 불편하게까지 느껴지는 感傷의 문체에 슬쩍 걸렸는데 책장을 넘기다가 나도 여지없이 그 감탄사를 거듭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좋은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책을 누군가와 꼭 같이 나누고 싶다.
열일곱의 생애를 담다보니, 그 장의 부피는 크지 못하지만 그 생애는 참으로 아름답고 넘치게 빛난다.
아낌없이 넣은 도록과 사진자료, 적절히 크기를 나누어 놓은 문장의 모습까지 그대로 작품같아졌다.
이런 책을 가진 저자는 행복할테고 그 출판사 역시 박수받아 마땅하다.
마음껏 칭찬하고 싶다.
좋은 책이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고 애틋히한 이름들이 들어 있고, 또 익숙하지 않은 이름을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되어 더 기쁘다.
아름답고 비극적이고 열정적인 예술가들의 시간.

그렇다.
그들은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왔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떠나서도 결코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이름들이었다.



제목: 너무 낡은 시대에 너무 젊게 이 세상에 오다 - 불멸의 아티스트 17명의 초상
지은이: 박명욱
펴낸 곳: 그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