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파시즘의 대중심리

소금눈물 2011. 11. 24. 20:37

 

02/21/2006 10:35 am공개조회수 1 4




순수한 형태의 파시즘은 평범한 인간 성격의 비합리적 반응이 모인 것이다. 비합리성이 인간의 역사에서 행한 절대적 역할을 인식하는 능력이 부족한 둔감한 사회학자에게 파시스트적인 인종이론은 단지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의 문제처럼 보이거나, 좀더 온건하게는 "편견"에 불과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말 뿐인 무책임한 정치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인종적 편견'의 신속하고 광범위한 전파는 바로 그 전파의 근원이 인간성격의 비합리적 측면에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p13)

인간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조건에 종속된다. 즉 직접적으로는 그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즉각적인 영향에 종속되며, 간접적으로는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구조를 통하여 종속된다. 다시 말해 인간은 물리적 상태를 통한 작용과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구조를 통한 작용 사이의 모순에 상응하는 모순을 자신들의 심리적 구조에 발전시킬 수 밖에 없다. (p53)

성경제학은 수년 전부터 인간 성생활의 사회학에 기능주의를 적용함으로써 그리고 일련의 새로운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이 학문 문야에서 형성된 연구 방향이다. 성경제학은 다음과 같은 전제로부터 시작된다.
- 맑스는 사회적 생활이 경제적 생산조건과 그 조건에 의해 특정한 역사적 시점에서 촉발된 계급투쟁에 의해 지배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사회적 생산수단의 소유자가 억압받는 계급을 지배할 때 잔인한 폭력을 수단으로 쓰는 경우는 매우 드믈다. 억압받는 계급에 대한 생산수단 소유자들의 주된 무기는 국가기구를 강력하게 떠받치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권력이다. (p61)

히틀러는 자신의 책 <나의 투쟁>(mein kamft)의 곳곳에서 올바른 대중심리적 전술은 논쟁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대중들을 '위대한 최종목표'로 인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72)

'남성과 여성은 일의 동료'라는 문장은 소시민계층의 입장에서만 타당하다. 이것은 산업노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농민에게도 형식적으로만 적용된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농민의 아내는 농민의 노예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위계적 구성이라는 파시스트 이데올로기는 농민 가족의 위계적 구성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실현된다. 농민가족은 국가의 축소판이며, 이 가족의 모든 구성원은 이 작은 국가와 동일시된다. 따라서 거대한 제국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수용을 위한 토대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기 가족의> 소규모 가계 경제에 참여하는 농민층과 소시민층에게 있다. 동시에 두 계층에서 모성은 두드러지게 미화된다.(p107)

대중들 개개인이 무력해지도록 양육되면 지도자와의 동일시는 더 뚜렷이 나타나며, 보호에 대한 아이와도 같은 욕구는 지도자와 하나가 된다는 감정의 형태로 더욱 위장된다. 이런 동일시 경향이 민족적 나르시시즘, 즉 각 개인들이 '민족의 위대함'에서 빌려온 자존심의 심리적 토대이다. (p108)

따라서 파시즘의 권력 장악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사회민주당의 정책이었다는 공산주의자들의 주장은 대중심리학적 관점에서 옳았다. 비참함과 보수주의적 사유 사이의 모순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실망은 다른 혁명적 조직이 없을 때 틀림없이 파시즘으로 나아가게 된다. ( p121)

파시스트들의 성격구조는 형이상학적 사유, 경건함, 추상적. 윤리적인 이상을 이루기 위한 극기, '지도자'의 신적 사명에 대한 믿음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런 특징은 지도자 이상(理想) 또는 민족에 대한 강력한 권위적 유대라는 특징을 갖는 심층과 연결되어 있다. 민족사회주의적인 대중들의 입장에서,'주인 인종'에 대한 믿음은 '지도자'에 대한 유대의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될 뿐만 아니라, 그 지도자들의 노예와 같은 신하가 되는 것을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토대를 이루게 된다. 여기에 덧붙여, 지도자와의 강렬한 동일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대중들이 실제로 별 의미없는 구성원의 지위를 지녔을 뿐이라는 점이 지도자와의 동일시를 통해 은폐되기 때문이다.(p130-131)


히틀러의 파시즘이 <민족사회주의>의 이름으로 급속하게 대중들에게 파고들면서 그 대중들의 인권과 사회를 가차없이 짓밟으면서 전대미문의 지옥을 만들어버린 세계.
나는 이성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관이 어디나 도덕으로 통한다고 믿는 이상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근대철학의 태두들이 줄지어선 독일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도무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의 이성은 휘몰아치는 관념의 세기에는 얼마나 나약하고 형편없는가.
하기는 먼 일도 아니다.
아니 저 대충 밑줄 그은 몇 줄만 보더라도 저게 히틀러 치하의 독일 파시스트에게 쓴 말인지 아니면 우리가 겪은 어느 시간들에 대한 쓴말인지를 도무지 모르겠다.

읽다가 자꾸 우울해져서 장이 잘 안넘어간다.
미친 광풍의 애국주의, 의심하지 않고 도를 넘어서는 열정에 대해 나는 왜 이렇게 자꾸 불안한 걸까.
아마도, 저런 이름으로 바람이 불 때 가장 취약하고 맹렬하게 반응을 할 인물임에 틀림 없는 스스로를 짐작해서일까.


제목 : 파시즘의 대중심리
지은이: 빌헬름 라이히
옮긴이 : 황선길
펴낸 곳: 그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