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Dr. 코토 진료소
소금눈물
2011. 11. 24. 16:33
무슨 독후감 쓰기가 이렇게 어렵냐.
책을 읽은 시간보다 쓰다 지우고 다시 긁적거리는 시간이 더 긴 것 같다.
일본만화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쓰려다보니 일본만화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만화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어린시절에 오빠들 틈바구니에서 읽은 <바벨2세>나 그만 때 읽은 동화나 소설들이 그 무게를 가늠않게 떠오르는데 왜 자라면서 나는 만화에 불편해지고 멀어지게 된 것일까.
아니다.
김진의 바람의 나라를 읽으면서 내가 읽지 못한 조선상고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삼국지는 고우영을 통해 먼저 만났고, 오달자의 봄을 읽으면서 낄낄대던 시절이 있었고..결국 나이들어가면서 책을 안읽었다는 소리지 그게 꼭 만화여서 내가 안보았다는 말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그래도 동네 대여소에서 빌려보는 그 작은 크기의 일본만화는 선뜻 손에 닿지 않으니 역시 편식도 있긴 하다.
무엇보다 그 "일본만화"스러움이 내게는 아직도 썩 내키지 않는 음식인 셈이다.
그런데, 요즘 나는 이 일본만화에 빠져있다.
서점에서 무턱대고 끌어온 책을 잔뜩 쌓아놓고, 직장동료가 보던 코토선생의 진료소에 정신이 다 팔려있다.
신과 인간사이에서 손을 잡고 있는 이가 의사라고 했던가.
삶과 죽음의 치열한 경계에서 일어나는 의료현장의 이야기들은 때로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극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안 만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가끔은 신세를 지는 곳, 병원.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그토록 멋지던 그 의사선생들. ( 누가 준건지 알 수 없는 싸구려 권위를 잔뜩 내세우며 잘나주신 우리동네 의사샘은 잊어버리자) 아마 그 목록에 이 코토선생도 포함될 것 같다.
천재적인 의술을 갖고 있으며 거기다가 마음까지 따뜻한 청년의사. 드라마 캐릭터로서는 너무나 전형적(드라마 캐릭터로서만!)이군. -_-;;
하지만 그렇다고 이 만화의 재미나 감동이 덩달아 깎여지는 것은 아니다.
작은 섬 코시키의 진료소 (보건소쯤이 되지 않을까..).
젊은 코토선생과 섬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간호사 호시노의 눈으로 보여지는 이야기다.
화면이 자극적이 않으면서도 꼭지마다 보이는 주제는 결코 얇팍하지 않다.
병이나 상처를 통해서 사람과 인생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글쎄... 우리나라의 어떤 벽지나 외딴 섬에서도 이렇게 조용하고 성실하게 신과 인간의 경계에서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젊은 의사들이 있겠지.
만화를 읽으면서 얼마전에 본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 자꾸 생각났다.
만화는 꽤 긴 것 같다.
십 몇편까지 이어진다는데 나는 겨우 두 권을 보았다.
빨리 빌려오라고 후배를 닥달해야겠다. ^^;;
제목: Dr. 코토 진료소
지은이: 야마다 타카토시
펴낸 곳:대원씨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