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소금눈물
2011. 11. 24. 16:28

누가 지금
문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그대 꿈은
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 세상 동행하는 것
작고 소박한 꿈이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세상의 길들은 끝이 없어
한번 엇갈리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
메마른 바위를 스쳐간
그대 고운 바람결
그대 울며 어디를 가고 있는가.
내 빈 가슴에 한 등 타오르는 추억만 걸어놓고
슬픈 날들과 기쁜 때를 지나서
어느 먼 산마을 보랏빛 저녁
외롭고 황홀한 불빛으로 켜지는가.
-애인
이 시인을 나는 평론가로, 소설가로 먼저 만났었다.
글 짓는 이들의 <말>들에, 그 이미지의 하려함에 흠뻑 빠져있던 때였다.
지금이야 여기저기서 씁쓸한 얼굴의 대명사가 된 "미문의 마술사" 이모작가의 경구 같은 구절들도 그때는 책을 아예 통째로 욀 정도로 좋아했었고 장석주의 문장들도 그렇게 좋았다.
"검은 칠을 한 목관과도 같은 밤"...이런 식이었다.
그때 산 책이었으니 벌써 내 책장에 머물어 나이를 먹은 지도 한참이다.
시간이 흐르고 살아온 길도 거기에 얹어 적당히 늘어나다보니 지금은 화려하고 극적인 이미지의 만개보다는 따뜻하고 고적하고 단순한 문장들, 극적인 인물들의 부침(浮沈) 보다는 그저 그렇게 별 볼일 없이 누추하고 작은 사람들의 "생활"이 더 닿는다.
아마도..피로해지기 싫은 게다.
인적 뜸한 산언덕 묘비처럼 외롭다...
아 얼마나 외로우면, 얼마나 막막하면 이럴 것인가.
지금이야 이런 感傷은 피해가고 싶겠지만...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새벽 내내 창가에 머물러 있다.
작고 소박한 저 등불같은 바람을, 한번 엇갈려 다른 세상으로 고적하게 걸어가는 그 사람들은
이 비에 젖는 것이 다만 세상이 아니겠다.
제목: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지은이: 장석주
펴낸 곳: 나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