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그대, 거침없는 사람

소금눈물 2011. 11. 24. 16:27






언젠가부터
당신을 향해 타오르는 사랑의 불을
나는 물로 끌 수 있을지 알았습니다.
불길이 목울대를 넘나들 땐
한방울의 물을 찾아
천지를 헤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 불길은 갈증을 넘어서 버렸습니다.
어느덧
물로 끌 수 없는
큰 불길에 싸여 있는 내 가여운 영혼
한방울의 물을 찾아
천지를 헤매고도 남을
이 영혼을 당신은 아시기나 한지요
아,
그냥 두지요
재가 되도록 타게 그냥 두지요
불은 타올라야 합니다.
타오르는 불에
몇 방울의 물은 물이 아닙니다.
그도 따라 뜨거운 불입니다
아,
당신을 향해 타오르는
이 불길로 내가 다 타겠습니다.
내가 불이 되겠습니다.


- 내가 불입니다.



초저녁부터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을을 맞는 비다.
창문에 어리는 빗줄기를 헤다 ... 나는 뼈가 시리다.
이 가난한 그리움의 맨 끝에 그가 서 있다.

속절없이 밀려와 물들이고 만
이 몹쓸 병.......




제목 : 그대, 거침없는 사랑
지은이: 김용택
펴낸 곳: 푸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