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간추린 중국미술의 역사

소금눈물 2011. 11. 24. 16:05

02/02/2005 08:50 pm공개조회수 5 15



그림을 좋아하다보면 그 시대가 보이고 그 시대를 보게 되면 지금의 우리 문화가 다시 돌아봐진다.
모나리자 미소의 신비에 대해 삼십분쯤은 떠들 수 있고, 미켈란젤로의 성 정체성에 대해서도 쉽게들 말하지만 정작 우리가 속한 아시아문화, 특히나 우리 문화와 뿌리가 깊은 중국의 미술에 대해서는 쉽게 말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듯 하다.

당삼채, 병마용, 남종화, 북종화 그리고 에...또 ...
아마는 갖고 있는 키워드가 여기쯤에서 많아야 서너개 더 얹거나 내리거나 할 사람들이 태반이지 않을까.
서양에 대한 무분별한 경도인지, 아니면 우리의 미술사에 짙게 드리운 중국화풍에 대한 염증인지, 아니면 거꾸로 구분하기 어려운 답답한 눈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어를 배울때쯤에서 산 책이다.
선사시대 구석기 조형미술로부터 시작해서 20세기 초 근대미술까지가 망라되어 있다.
중국최고의 미술사학과이자 중국미술사 연구의 중심인 "북경중앙미술학원"의 교수진이 만든 교재라는데 중국의 미술과 문화를 알기 위한 교양서적으로 보기에도 참 좋다.
풍부한 도판과 꼼꼼한 설명, 책 뒤의 용어설명까지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속으로 기가 질리는게, 중국을 만든 그 어마어마한 시간과 깊은 문화의 토양이다.
하대 상대가 기원전 21세기, 선사시대의 미술은 자그마치 약 180만년전까지 거슬러올라간다.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던 우리.. 참...참.......
그러니 이 어마무지한 시간과 풍부한 토양, 드넓은 영토에서 각각의 나라를 만들고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창조해낸 문화의 넓이가 오죽했으랴.
읽다가 슬그머니 조금씩 어깨가 움츠려들고, 저들의 웅장한 문화 이면에서 다치고 짓밟혀야 했던 우리역사와 겹치는 부분에서는 서글프고 한숨이 나오는 걸 어쩔수 없지만 역사는 어차피 강자의 기록들. 이렇게 무지막지한 힘의 주변부에서 버티어낸 우리 조상들이 고맙고 감사하다.

(이상한데로 샌다 ;;;;)

워낙 장대하고 등장하는 나라 이름부터가 많으니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운 중국역사이야기로는 좀 토대가 부족할 듯 싶다.
(바로 이전에 사기를 읽었던게 참 천만다행 ;; 그나마 나라이름을 순서대로 비슷하게 매치해가며 따라가니 좀 낫다.(그나마!!) )

중국미술이다보니 등장하는 용어도 생소하고 아무래도 한자부기가 많아서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긴 힘들고, 시간을 들여서 중국미술에 대한 개괄을 알고 싶은 분께는 좋을 듯하다.

역시, 번역해놓아도 한자용어는 쉽진 않군.
우리가 쓰는 말이 아니니 좀 어렵다. 어떤 면에선 귀에 익은 용어들이 그나마 많은 서양미술사보다도 넘기는 章이 더딜듯 하지만, 우리 주변부를 모르고 저쪽 들판만 보면서 어설픈 교양을 떠들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좀 부끄럽다.

이 책을 읽고 우리 미술사를 보면 이해가 더 빠를 듯도 하다.
그러고 보니, 우린 정말 우리 민화 하나를 제대로 읽을 눈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이탈리아 르네상스 그림 몇 점쯤은 내 말처럼 쉽게들 풀어놓는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정말...





제목: 간추린 중국미술의 역사
지은이: 북경 중앙미술학원 미술사계 중국미술사교연실 편저
옮긴이:박은화
펴낸곳: 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