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문명의 창세기

소금눈물 2011. 11. 24. 15:52

01/04/2005 07:33 am공개조회수 1 20




가격이 만만찮아 큰 맘 먹고 사는 책인데도, 유혹했던 책소개 내용보다 막상 받고 나면 이건 어쩐지 주인을 잘못만나 온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책이다. -_-;;
동네방네 속살 깊지 않은 (짧은 지식으로 "깊지 못한";; ) 문화사나 세상 곳곳의 신화이야기를 좋아하는 지라 좀 제대로 된 메소포타미아 근동의 신화사를 하나 갖고 싶었던 욕심이었는데, 방향이 틀렸다.
우선은 한 페이지에만도 몇 장씩이나 들어있는 엄청난 양의 도판이 압도적이다.
꼼꼼한 기록이나 연표들, 보기 힘든 사진들을 보면 엄청난 공력이 들어간 건 분명한데 오랜 세월의 먼지를 뚫고 우리에게 닿은 오래전, 길가메시 시대의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땅을 찾아 헤메는 고고학자들의 탐험기, 혹은 발굴기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문득..아주 어렸을때 읽은 일리아드와 실리이만 전기의 예가 겹친다.
트로이,미케네 문명의 찬란한 황금유물을 찾는 하인리히 실리이만의 그 발굴기(거의 노략질에 가까운..) 보다는 그 책 뒤에 부록으로 붙어있던 일리아드에 더 혼을 쏙 빼앗겼던...

인류역사에 가장 위대한 종교문화를 낳은 중동지역을 샅샅이 오가면서 채록한 고대 문명의 흔적들. 대홍수와 수메르 문명, 이집트 문명의 여명이 그대로 담겨있기는 한데... 그냥 그 문화들에 대한 이야기였으면 좋았을 것을...
어떤 문명 유물의 흔적을 잡고나서 그 문명에 대한 이야기를 쭉 유추하고 다시 <결론>으로 마감한 이야기 방식은 더더욱이나 어색했다.
결론이라니? 지금은 사라진 까마득한 신들의 평원 흔적에 대해 지금의 우리가 무슨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어쩐지 찜찜한 마음으로 읽고 나서 보니 책 뒤의 표지 중 몇 개 구절


-마침내 에덴 동산의 정확한 위치가 발견되었다.
-창세기 주인공들의 존재가 고대 기록에서 확인되었다.
-노아의 상륙지는 쿠르디스탄에 자리잡고 있었다.
-바벨탑의 정체가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에서 드러났다.

등등등 ....


몇 개는 이미 한참 전에 증명된 이야기고, 새삼 이런 이야기가 궁금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어떤 가설이 사실로 증명되는 이야기가 궁금한게 아니라, 우리가 가설이든 사실이든으로 믿는 그 이야기들의 속살이 궁금했던 건데...

중동지역의 고고학이나 구약성경의 창세기편의 현실무대가 궁금한 분들에게는 권한다.
그냥 한권쯤 갖고 있으면 괜찮지만 내게 꼭 맞는 책은 아니었던 책. 내겐 그렇다. 그냥..


제목: 문명의 창세기
지은이: 대이비드 롤
옮긴이: 김석희
펴낸 곳:해냄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