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불은 언제나 되살아난다.
소금눈물
2011. 11. 24. 15:39
이 책은 신경림의 <농무>로 시작한 창비시선이 200호를 맞으면서 펴낸 기념선집이다.
문학을 꿈꾸었던 이 땅의 사람들 치고 문지와 창비, 민음사의 시집을 모르는 이가 있으랴.
꼭 문청이 아니라도 지난 세월에 이 시선(詩選)들이 우리네 가슴을 달래주고 꾸짖어준 값이 어찌 헐할까.
상대적으로 사회참여적이고 울림이 단단했던 창비와 견주어 섬세하고 내면적인 자기세계의 시색깔에 강했던 문지. 이들의 이름은 그대로 "~ 스타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사실 이런 식으로 엮은 시집을 보자면 독자로서도 어쩐지 미안하고 황송하다.
창비에서 낸 그 시집 중에서 한편씩 이렇게 고르고 고른 시를 한권으로 받자니 이 시들이 실렸던 시집들에게 어쩐지 싸가지없는 짓 같기만 해서다.
70년대, 80년대를 거쳐 우리 역사의 가장 아픈 허리께를 돌아나오며 때로는 울부짓는 오열로, 민중의 서러운 마음을 달래주는 아리랑으로, 감각적이고 얇팍해져가는 이 부박한 세대의 옆모습으로 우리의 속살을 노래해준 창비시선.
시집을 읽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솔직히는 읽고 감동하기가 어려울만큼 시가 너무 어렵고 멀어져버렸다.
문리가 잘 틔인 몇몇에게만 감동이 되는 시도 난감하거니와 그렇다고 예쁜 말의 나열로만 시랍시도 만들어놓은 글도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제대로 다 갖추기 어렵다 해도 이 시집만큼은 벗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사금파리처럼 가슴에 박히는 노래들로 온 몸이 떨리더라도.
제목: 불은 언제나 되살아난다
엮은이: 신경림
펴낸곳: 창작과 비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