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낡은 서고

우리 시대의 문학

소금눈물 2011. 11. 2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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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의 가장 큰 고민은 읽어야 할 책들은 너무나 많고
거기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너무나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급해지거나 게을러진다
둘 다 좋지는 않은 태도이다.

우리문학의 거대한 수도승이었던 김현의 문학단평모음 행복한 책읽기에 적힌 말이다.
한때 내 소원 중의 하나가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김현문학전집을 몽땅 책꽂이에 꽂아놓고 흐믓하게 차 한잔을 마시는 것이었다.
(김현의 무지막지한 저작량을 아는 이라면 이게 얼마나 달콤하고도 엄청난 일인지를 짐작할 것이다)
꽤나 열심히 모았는데도 내 독서속도나 한눈팔기를 즐기는 두서없는 성질탓에 아직도 그것은 꿈으로 남아있다.

블로그를 개설한지 한달이 막 넘었다.
일기조차 안쓰고 몇년을 뒹굴다가 여백이 엄청 많은 공책을 하나 마련한 기분으로 신나게 작두질을 하다보니 머리가 다 비어버렸다.
어제는 뱃속이 너무 허전해서 그의 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단박에 눈을 찌르는 말이다.

정신없이 나대고 쏟아놓느라
한줄 정리된 생각은 정작 갖지도 풀지도 못했다.
역시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은 것은 만고불면의 법칙.
쏟은 수다가 넘치면 자기가 무슨 고민을 하는지, 필요한지도 모른다.

당분간은 빈 머리, 빈 가슴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한 발자국 쉬고 돌아볼 일이지만
줄줄이 기다리며 조바심을 치는 저것들을 어찌하나...
못난 에미를 만나 등장하자마자 찌그러지는 불쌍한 새끼들....

박정만은 그토록 무지막지하게 쏟은 시들을, 자기가 달달 외워 줄줄 떠오를 지경이 되어서야 비로소 원고에 올렸다지만
인물 하나도 제가 장악 못하고 휘둘려지면서도 어쩌자고 책상머리에 주인공 이름 붙여놓고 고민하는 최소한의 성의도 없는 이 무지막지한 인간은 대책이 없다.

새벽에 일어나 다시 김현을 들여다보자니 한심하고 울적하여 황양이도 박봉찬씨도 밀어버렸다.
턱없이 남을 가엾어 하지 말고 "우라질"은 이럴때 쓰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