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돌말사람들
수상한 집 -3
소금눈물
2011. 11. 21. 15:55
봄햇살이 나른하게 면사무소 마당을 내리쬐고 있었다.
예년보다 칠 팔도는 윗돈다는 이른 더위였다.
면사무소 아랫집 강아지 망둥이가 국기게양대 아래 시멘트 계단에 누워 졸고 있었다.
"해필이먼 망둥이여? 아예 꼴뚜기라고 허지? 너 이넘 초복만 넴기면 명 질은 줄 알어라"
제 집을 놔두고 볕바라기가 좋은 면사무소 뜰에 와 날마나 어슬렁거리는 망둥이를 두고, 주는 것 없이 구박하는 지서기가 창을 내다보다 툭 내뱉는다.
아침부터 면장방에 들어가 싫은 소리를 듣고 공연히 부아가 난 것이다.
보나마나 장터 어디쯤 새로 면사무소 자리를 소문내고 구전이나 미리 뜯으려다 면장 귀에 흘러든 것이다.
아까부터 이쪽 책상을 흘끔거리는 눈길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보고도 다 끝난 주민등록등본 교부 대장만 뒤적거리고 있는데
"배은숙씨!"
기어코 소리를 지르고 만다.
목소리가 날카롭다.
저는 저 나름대로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예사보다 한층 올라간 새된 소리에 옆자리에 앉아 신문을 펼쳐들고 오늘의 운세를 뒤적이던 공익 이군이 은숙의 눈치를 흘낏 보았다.
은숙은 느릿느릿 고개를 돌렸다.
반쯤 내리깐 눈을 하고 삐그덕거리는 의자를 지긋이 밀고 일어났다.
지서기는 책상 끝에 대고 볼펜끝을 신경질적으로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맘에 안든다는 표시다.
새로 이사오는 민원인과 이전신고서를 만지던 정형석이 힐끗 돌아본다.
은숙은 가늘게 한숨을 쉬고 지서기의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렁게 뭣이냐. 내가 언제부터 말허등가. 그넘의 서류를 도대체 점드락 주물럭거리고만 있는 게 뭐여. 아 빨딱빨딱 허구 일루 넘겨주던지 히야 쓸 거 아닝가? 그렁게 공무원 감축안 소리가 괴연히 나오는게 아녀. 나랏밥을 묵으먼 나랏일을 똑똑허니 히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