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돌말사람들

수상한 집 -2

소금눈물 2011. 11. 21. 15:55

04/22/2004 01:52 pm공개조회수 0 9



군청에서 수리조합서류를 놓고 오던 지난 여름이었다.
생각없이 일찍 내려 터덜터덜 걸어오던 신작로 가.

삼복 저녁바람이 후끈 달아오른 대지를 휘감고 있었다.
물돌 근처에서 발이나 씻고 가려고 행길 아래로 들어섰다가 오토바이를 팽개쳐 두고 낮잠에 빠진 철만이를 만난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풀숲에 누워 혼곤히 잠을 자는 철만이 얼굴 위로 목이 긴 강아지풀 하나가 기우뚱 들여다보고 있었다.
넘어가던 석양이 철만의 얼굴을 붉그스름하게 물들였다.
무엇이 이토록 이 아이를 지치게 한 걸까..
은숙은 쪼그리고 앉아서 철만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콧구멍 밖으로 삐져나온 코털 하나가 들고나는 숨결에 따라 가늘게 떨렸다.
땀방울을 이마에 달고 잠이 든건, 스무남짓의 젊은 남자가 아니라 젊은 나이에 벌써 지치고 낡아가는 자신의 얼굴이었다.

은숙은 한참을 꼼짝도 하지 않고 철만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낮아진 목소리였다.
열기가 한풀 꺾인 목소리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허리로 감아오는 팔을 이번에는 밀어내지 않았다.
손이 다시 가슴을 덮어왔다.
꼼지락거리는 손가락을 은숙의 손이 따라가 얽혔다.
등허리에 바짝 다가와 붙는 가슴이 땀에 젖어 있었다.


철만이 한쪽 손을 뻗어 어깨를 젖혔다.
불안한 눈이 바로 다가왔다.

"무서워요... 이러는게 제일 싫어....."

은숙은 철만의 가슴팍으로 파고 들었다.
불안한 마음을 애써 지우려는 듯 허겁지겁 철만의 입술이 다가왔다.
은숙은 눈을 감아버렸다.

젊은 몸이 부르는 가쁜 호흡과 자꾸 엉켜드는 팔뚝에서, 저가 덩치 큰 나무를 사정없이 옭매어드는 뿌리깊은 칡덩쿨인것도 같았고, 아니 그의 몸을 향해서 무너져내리는 자신이 칡덩굴인 것도 같았다.

목을 조여오는 욕망이, 바닥이 닿을 것 같지 않은 쓸쓸한 빛으로 휘감았다.
같이 있어도, 몸을 나누어도 너는 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구나.
은숙은 철만의 어깨를 힘껏 부여잡으며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돌이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