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돌말사람들
생일 1
소금눈물
2011. 11. 21. 15:51
누구랴?
아랫말 은직이?
이 그러고 봉께 생각나네.
막내 은숙이 구먼. 아이구 인전 부여장 같은 디서 만나먼 모르것다야.
멫이여? 스물 다섯?
그려 호봉이가 서른 둘이니께 맞구먼. 니 오빠허구 동창이지.
코 찔찔거리고 돌아다니덩 게 어제 같은디 차암 세월 빠르다야.
니덜 이렇게 큰 거 봉께 나도 눈이 흙 들어갈 날 참말로 머잖은 거 같다.
아이구 무슨, 근강은 그렇지 뭐.
벨 일 읎어.
여름이 수작골 논배미서 모 심다가 자빠졌는디 그 뒤로는 허리가 시원찮여.
늙긴 혔나부다. 평생을 마룽처럼 들락거리던 논배미서 처백히구.
앉어라 앉어. 이 수건이 앉어. 그려......
좋지야?
잘 익었다.
누런 들판이 서 보먼 내꺼등 너메꺼든 이 배가 미리 불르다.
니덜이야 알겄냐만 노인네덜언 그저 거둘 양석이 넘실넘실 익어가는 거 보는 것이 갈날이 질루 좋은 눈귀경이지.
매밍가 파링가로 여름내 시끄럽드만
경상도 같은 디선 피해가 많다드라만 여긴 벨 일 읎었다.
원체 논들이 밸로 읎다 봉께 피해구 말구 헐 것이나 있냐.
그려두 다 이 안짝 골서 니덜 키우구 핵교 보내구 대처루 나가문 또 베 찧어서 보내구 그러먼서 살았다. 그건 잊지 말아야지.
이 저게 구절초 맞어.
무신 벵인가 그게 좋다구 사람들이 보먼 꺾어가싸서 인전 여기두 잘 못본다야.
저게 함초롬히 옹기종기 모여 있다가 바람이 불먼 억새랑 같이 우수수 넘어져.
나는 무식헌 사람이 되야놔서 으뜨케 말 히야 헐지는 모르겄다만 한참 콩대 거두다, 바심허다 허리 잠깐 필 적이 눈에 화악 들어오먼 지금두 눈물 나구 그러드라.
시집 올 적이 산 모롱이 돌아오는디 저게 그렇키 사정없이 피었드만.
하이구 그러구 봉께 그게 언제나 폴쌔.
나이들구 노인네 소리 들으먼 엣날 일 쓰잘데 읎이 들춰내서 그거 울궈먹는 재미로 산다.
하긴 사람 사는 낙이, 지나온 발짝 시보는 거 아니겄냐...
니덜은 워찌 지내냐?
니 오빠는 잘 살구?
그려 가끔 멩절 승묘띠는 들르구 허지.
야 너는 워찌 그리 통 안왔냐? 바루 아랫동네 산다믄서.
은젠가는 니 작은 언니 은분이가 혼자 여길 댕겨 가는걸 보구 얼마나 반갑던지.
서울루 시집 갔다며?
그려. 그려야지. 니 언니는 착혀서 잘 살거다.
호숙이? 갸는 스산으루 갔다.
사우가 국민핵교 선생이여.
잘 지냐. 갸두 고상 많이 혔지.
인저는 다 좋다. 그려 애들두 둘이여
그런디 워쩐 일이냐, 벨안간?
벌써 그렇키 되얐냐.
그려 시월 초 사흩날이니께 맞다.
니얄이 니 엄니 지사가 맞구나.
엄니 생각이 나서 그려서 혼자 댕기러 왔냐.
오매 짠헌거.
그러고 봉께 니얄이 니 생일이기두 허구나.
알지 그럼.
야 니가 내 젖먹구 킁건 아냐.
니 젖엄니 노릇을 혔는디 그럼 고걸 모르겄냐.
그려 니 엄니기 원체 약헌디다 니 낳을 적이 병이 한참 짚어서라 무슨 젖이 있었겄냐.
날 띠두 죽니 사니 혔는디.
글씨, 고런 구적거리는 이예기는 혀서 뭐 허겄니.
그려두 나이등께 엄니 생각이 나나부다.
어렸을때 누가 너 헌티 엄니 어디갔냐 허먼 천당 갔시유 허던 게 속얼 엥간히두 씨리게 허드만.
글씨 생각허먼 자발읎이 고따우걸 어린 아이기헌티 물어싼 인간두 참 그렇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