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소금눈물의 그림편지
나무와 두 여인 - 박수근
소금눈물
2011. 11. 3. 16:29
착한 사람,
착한 그림.
박수근의 그림을 볼 때마다 든 생각이다.
거칠고 투박해보이는 화강암의 느낌이 그대로 드러나는 화폭.
극도로 절제된 선과 언제나 나목 아래서 놀고있는 소녀와 여인네들.
우리 문인화의 절제와 고졸한 아름다움이 그대로 담기고
밀레의 그 가난한 감사와 행복이 보이는 그림들이다.
밀레의 만종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역시 오르셰미술관 순회전이었다.
너무나 큰 기대탓이었는지 사실은 별로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세월이 덧입혀준 먼지와 명작이라는 선입견이 내리누르는 알수 없는 중압감.....
그런데 박수근의 그림은 그런 무게에 눌리지 않고도
언제나 따뜻하고 감사한 가난한 기도를 보는 느낌이다.
그의 신산한 생애와 가난한 환경이 가져다 준 담담하고 따뜻한 이런 작품을
우리가 지금은 그가 상상할 수 없었던 고가로 만들었다.
그러나 진정, 예술은 뒤에 남기는 무거운 그림자의 값이다.
빈 몸으로도 이렇게 따뜻하게 세상을 지키는 나목 아래서
나는 그저 이 여인네의 등을 비추는 따뜻한 노을이고 싶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