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돌말사람들
장미원 1
소금눈물
2011. 11. 17. 16:02
장미원 1
어째 건물 올라가는 꼴이 수상쩍다 하긴 했었다.
앞 뒤 오 십여미터를 돌아봐도, 손바닥만한 비닐 차양이 떨어져 나가 빗물단속이나 해가림의 원래 임무는 애저녁에 포기하고 그 자체가 흉물이 되어가는 낡은 신문 보급소 하나가 전부인 이 동네가 아닌가.
말로만 듣던 대리석이 척 붙여지기 시작하더니 올라갈 수록 여염집 꼴이 안나는 요상한 모양새에 보는 사람마다 다들 고개를 갸우뚱했다.
마늘을 거둔다고 며칠을 산밭에서 마누라와 꼼지락거렸다.
손바닥만한 밭두렁에 매달려 허리 부러지겠다고 밤마다 앓는소리를 하길래 못견디고 나갔더니 아닌게 아니라 여자 혼자 만지작거리는 밭꼴이 영 아니었다.
내 논도 아니고 묵혀둔 남의 땅에 얄금얄금 눈치 봐가면서 짓는 농사라 통 신경을 안썼다.
무너진 밭두둑도 돋우고 울타리도 만지고 하다보니 며칠을 훌쩍 잡아먹었다.
그새 간판을 올린 것이 바로 저것이었다. 온갖 색색깔의 꼬마전구가 지붕을 치덮은 여관 장미원인 것이다.
장사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여관 건물을 올려다 보았다.
아니 여관이라니?
요 근래 다니던 회사에서 잘린 돌이네가 요즘 갑자기 숙달된 살림 분해기술을 자랑하는 일이 있을까, 아니면 누가 원하든 원하지 않는 술 한잔만 걸치면 바닥까지 긁어보이며 배호를 부르짖는 서울식당 이사장만 아니라면 도무지 일주일을 가야 물 속처럼 조용한 동네였다.
이야깃거리라면 봉찬씨나 정선생이 아웅다웅하던 시절이지 지금은 옆집 강아지가 피부병이 돋았는데 아이들 단속을 해야겠다든지 길 건너 신선정육점 한우의 출신지가 의심스럽다는 둥, 도무지 뜬금없고 시덥잖은 이야깃거리밖에 나돌게 없는 동네에 어쩌자고 여관이란 말인가.
장터 아니라 근처 돌말, 산동리 할것없이 근동 일이라면 삼거리부동산 장사장을 비켜갈 일이 없었다.
그런데 기초도 아니고 간판이 다 올라가도록 그가 모를 일이었다면 이것은 얼굴이 깎일 일이다.
어느 놈이 구전받아 먹고 입 다물고 있는 일인지 부아가 날대로 난 장사장은 , 내리 한달째를 삼복염천에서 끓는 도롯가에서 건물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의문은 어이없게 하루 일 삼아 들르는 신문 보급소에서 풀렸다.
"하야튼 장사장이 몰르는 일이먼 단단히 주딩이를 꼬맸구만. 히히"
수금나가는 철만이에게 주소를 일일이 확인해주던 보급소장 삼봉씨가 하는 소리였다.
"하기넌 그럴 것이다. 어떤 경우읎는 양반이 세컨드 헌티 저런 요상시런 건물을 하나 선사혔단다. 며칠을 심란 뻑적지근 혔는디 장사장만 몰랐구만"
"박봉챈이 또 하나 나왔구만 쩝~"
저런 건물이면 자기 아니라 읍내에서 달려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싶어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바둑판을 폈다.
"그려 오늘은 목포집에서 즘심때나 빗기자.근디 이런 주택가이도 저른 근물이 슬 수 있나?"
"안 슬건 읎지. 상가 건물도 들어서구 허는 곳이니께. 워낙에 앉은 자리에 곰팡이 지를 우인덜이 사는 동네라 그런 일이 읎었던 것 뿐이지"
일은 둘째로 하고 삼봉씨와 듣고 섞는 욕이 밥이거니 하고 사는 장사장인지라 새삼 점심거리를 걸 일도 아니었으나 영 입맛이 썼다.
저 건물 정도 구전이면 당장 등록금이 코 앞인 큰 아이 것을 마춤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