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돌말사람들
귀향 6
소금눈물
2011. 11. 17. 15:41
"누구 말하는 거야?"
속 없이 착하기만 하고 턱없이 남의 말을 잘 믿어서 번번히 곤욕을 치루는 언니가 누구에게 빚을 졌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언니는 말이 없었다.
창 밖으로 돌린 얼굴 아래 목선이 쳐졌다. 언니도 나이 들어가는 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면서 애잔해졌다.
"너 아부지 버섯공장이 가 본적 있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부지 그리 가시고 내가 부여이서....부여이 있을때 하도 힘들어서 언날은 몰래 거길 다녀갔다. 엄니도 니덜도 모르게....망초가 허리까지 덮게 자랐더라. 함석으루 만든 지붕은 한 쪽이 무너져 내리는디 아부지가 내다놓은 퇴비가 아직도 폭삭허게 썩어서 비를 맞구 있더라....."
언니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모른 척 했다. 덮어둔 상처를 들춰내는 언니가 야속하기도 하고 너줄너줄 속없이 인정만 끓는 성정이 밉기도 했다.
"생각허문 참 독헌 날들이지. 넘의 등골 빼묵어서 살아남은 주제가 겁도 없이 어딜 나섰는지...."
옆에 앉은 내 귀에도 들릴락말락하게 입 속으로 넘기는 말이었다.
"누구헌티 모진 짓 허고 살 사람이 아니잖어..."
언니는 한동안 멍하니 창밖으로 시선을 두고 있었다.
전봇대와 지붕 낮은 집들이 순서대로 찾아왔다가 순서대로 멀어지는 풍경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너만 알고 말어라.....니 형부도 차마 모르는 것잉게...."
"듣지 말어야 할 소리면 안 듣고 싶네..."
"속이 쌓고 가야헐 말이지만, 한번은 쏟아서 미안하고 죄시런 마음을 풀고 싶다."
"....."
"아부지 그리 가고 남은 것은 구경도 못한 넘의 빚문서가 우리집으로 날아들때 나는 겨우 스물 몇이었다. 어무니 쓰러지고 너하고 인철이 둘이 나 하나만 멀뚱멀뚱 바라보는디 내가 뭘 할 수가 있었겄냐..."
"짐작은 혔네"
언니는 나를 돌아보았다.
"그렸냐?"
"아무리 어려도 생각이야 있지. 언니가 그 나이에 대처로 나가서 그만한 돈 만들일이 뭐 있었겄냐. 그렇다고 우리가 뭘 어떻게 다른 방도가 있던 것도 아니고....오빠나 나나 아마도, 엄니도 알았을 거여.....모른 척 하고 아닌 듯 하고..그렇게 살았던 거지..."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