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돌말사람들

그 사람 박봉찬 전 16

소금눈물 2011. 11. 17. 15:28

 

12/27/2003 02:33 am공개조회수 0 1


오며가며 장군멍군이던 대화가 끊겼다.
말없이 담배를 뻐끔이면서 한숨을 연이어 푸던 박봉찬씨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갸이가 사는 모냥이 그려서 너믜 험한 입에 오르내리긴 혀두 가차이 보먼 마음은 그렇키 착할 수가 읎네"

"누구? 황양이?"

모진 말이 나올까 눈치를 보는지 큼 소리를 내더니,

"사실 너믜 들이야 뭐라구 허든 말든 그것이 나헌티 나이롱 월남치마 한 장이라두 사달라구 헌 적은 읎어. 다뱅이 월급이 남들은 워찌 알 중 몰라두 그거야 알고보니 검불같은 거두만. 젊은 것이 외지에서 먹구는 살으야 허구 사는 물이 그러니 분칠두 허구 넘한티 엄한 디루 안 불려다닐라먼 지 뒷짐 할 건 또 필요허구..."

"자네 속이 태평옝보다 넓은 중은 삼동이 다 아넌 일이지. 워쪄 그 속이 호봉이 엄니헌티까지는 못가는지 몰라두."

"......"

"히봐"

"살기는 헐라구 저두 지 나름으루는 발버둥을 치는디 허는 일마다 당허는 짓마다 다 엎어져 뿌리니.... 고향이 어매가 사지를 못쓴당만. 동생은 아직 까까머리구. 그러니 젊은 여자 하나 죽어라구 엎어졌다 잦혀졌다 용을 써 봐두 그 노릇이 그 노릇이지"

"쩝, 고향이 아픈 부모, 어린 동생 읎는 애덜 워디 있가니? 그 년보구 호숙이 생각나서 애틋혔냐?"

"짜꾸 그려싸먼~!"

"이 속 읎어 대가리에 찬 것두 읎는 종자야."

얼른 대꾸를 못하고 한숨을 쉬던 봉찬씨 목소리가 한 칸 내려갔다.

"츰이는 그럭저럭 기동두 헐만 혔던 모냥인디 병이 병잉게 그 밑으루 들어가는 돈이 즉잖였던 모냥이여. 그것이 애면글면 하는 것이 영 짠혀서 돈푼이 돌먼 까끔 나두 약봉지라두 디밀라구 쥐어주기두 허구, 불려놓은 빚두 쪼금은 탕감두 혀 주구 혔는디 그게 어디 하로 이틀에 끝날 병이간디?
고향이 가랑잎 같은 전답두 다 날려버리구 밤새 울길래 똘똘헌 넘으루는 안뎌두 그려두 내 것이다 싶은 소리는 헐만치 보태주기두 허구....아녀..그것이 히 달라구 헝 게 아니구 순전히 내가 그냥 중 거 라니께. 그것은 내가 그럴 띠마다 얼마나 서릿발처럼 차게 지랄을 허는지 한번 그럴 적마다 오륙일은 옆이 오두 못허게 혔어. 자존심 하나루 버티는 것이 또 월마나 짠허든지..."

"콧구멍이 워째 두 개나 뚫렸나 혔다....기가 차서 숨 넘어갈까봐 그렸구만"

"세월이 질어징게 나도 예전 같지 않구 마누라 혼자 너믜 논바닥을 겨 가먼서 고생허는디 참 미은목두 안서는 것이 사실이구. 남은 재산은 증곡리 하난디.... 모질게 마음 먹구 내 사읍이나 혀 볼라구 헌 건디...."

"황양이 년 엄니가 쓰러지기라두 혔냐?"

"워치게 알었어?"

하!
아버지는 대꾸할 말을 못찾고 기가 차다는 듯이 봉찬씨를 보았다.
봉찬씨 얼굴에 거뭇거뭇하게 그늘이 내려 앉아 백열등 아래서도 침침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