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돌말사람들

그 사람 박봉찬 전 15

소금눈물 2011. 11. 17. 15:27

 

12/26/2003 01:48 am공개조회수 0 3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고....긍게....나가....가끔 말여.가끔..."
"아이 뜸들다 죽 디겄다.뭐여~!"

박봉찬씨는 윗목으로 조용한 윗목 이불 속을 짐작하는 듯 잠깐 말을 끊더니,

"나가 뭐 따른 사람들이 허기 좋아하는 말루 거기 레지년헌티 빠져서가 아니구 공무루다가, 순전히 공무루다가 까끔 차를 마시러 갔거등. 읍내서 일하다 보먼 바깥이 사람들 만나야 헐 일두 있구. 아 차 한잔이를 마셔두 싹싹허니 잘 히주는 디루 가기가 좋잖겄어?"

"그려서 황양이 년허구 나라 일을 논혔다?"

"아무래두 얼굴이 익응게 오가는 말인사라두 있긴 있었지"
"말 인사루 여편네덜이 장터서 레스링을 혔냐? 바깥 니는 밤이루 허구 안 니는 낮이루 허구 그년두 심란허기는 혔겄다"

"승옥이 깨것네. 자는 아이기 귀여다 좋은 말 담어주네 그려"

아버지 말이 잠깐 끊어졌다.

그리고는 재떨이에 꽁초를 부비는 소리가 나더니

"뭐여..지금 고민이?"

박봉찬씨 한숨이 가늘게 흘러 나왔다.

"나라구 속이 읎겄능가? 은문 띠먼 눈 다 깬중 알었던 시상두 아니구, 그려두 부모가 디여서 큰딸내미 고등핵교두 못 보내구 공장이루 보낼 띠는 나라구 속이 핀안혔겄능가? 그것이 힝핀을 앙게 말은 못허구 눈물 바램이를 허구 다닌디 츰이루 내가 참 흐방(허방) 짚다가 새끼들만 깨굴창으루 디밀었구나 생각나드만"

"...."

"남은 거라구는 증곡리 슨산이 전분디, 솔직허니 조상 모이뜽(묏등)이서 뇡사를 질 것이여 사읍을 헐 것이여?"

"슨산이다 모폐기 꽂을라구 달려드는 시러베 아들넘이 또 있간디?"

"시상이 달버진 거이 은제여? 사람이 실리즉으루다가 살으야지, 죽은 조상앞이 상석 잘 시우논다구 뭐가 잘 되나? 그렁 거 하먼서 효도 다 혔다구 생각하는 것이 소갈딱지 읎는 짓이구"

"다른 경영 허느라 조상 팔었다먼야 말 헐 것두 읎는 일이구"

박봉찬씨가 먹먹히 앉아 있더니 새 담배를 꺼냈다.
반짝 떠오른 불빛에 잠깐 그늘진 얼굴이 밝아졌다.

"하나 남은 그것이를 장가헌티 넘겨다 줄 띠는 나도 손이 떨리대. 이것이 아부지가 냄겨준 문전 옥답 다 말아먹구 남은 한쪽인디. 마누래가 멫날 메칠얼 울먼서 잡은 거인디..."

아버지는 태거리를 넣지 않고 잠자코 담배를 빨았다.

"나두 모르겄어. 고물 거리는 어린 것들 보며는 나 한 시상 좋자구 이러는 것이 뭔 짓잉가 싶은디 서투루 들은 먹물이 호락호락 놔 주지를 않네"

"자네는 그 먹물이 임자를 잘 못만나 대가리에 들어간 거든지 아니먼 그 먹물이 오징어 먹물이었덩 게벼"

후유.....깊은 속에서 올라오는 한숨이 들렸다.

"그려서.....원허든 이은구는 잘 따라 오등가?"
"군청이두 가찹구 오머 가머 질 바닥이 뿌리느라 흩어진 생각이며 엽전푼보다는 낫겄지 싶었어. 호젓허니 갈피두 잘 잡히구...그런디...."

"뭔 사단이 났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