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돌말사람들
그 사람 박봉찬 전 7
소금눈물
2011. 11. 17. 15:13
"사람이 즤 입에만 들어가는 것으루 산다는 것은 개 돼지하고 크게 달블것이 읎다.
허지만 하늘만 보구 즤 츠지를 잊고 나대는 것두 푼수에는 이윽시 맞지 않넌 일이다.
하늘은 하늘디루 때에 맞게 비를 내리구 바람을 들이구 허는 일이 있듯이
사람은 사람디루 밥 먹은 맹키는 밥값을 허구 사는 것이 즤 할 일인 것이다. 알긋냐?"
"에~!"
호봉이는 또다시 코를 후룩 들이켰다.
그제서야 족한 얼굴로 정선생은 칠판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낡은 양복 어깨가 한껏 올라가 있었다.
그날은 오일장이 서는 날이었다.
교문을 나와서 파출소, 장미 미장원을 지나 청춘 다방을 돌아서면 바로 시장골목과 이어지는 길이었다.
마당에 내어놓은 서울식당 순대국솥에 김이 오르고 풍선이며 플라스틱 장난감, 종이인형뭉치를 펼쳐놓은 장마당은 조무라기들도 흥겨운 곳이었다.
읍내로 나가는 버스나 서던 적막한 공터에 알록달록한 옷가지를 걸어놓은 차일이 처지고, 동네어른 들도 가꾼 푸성귀나 솜털강아지 몇 놈 둥구리에 담아서 내왔다.
가을 추수가 되어야 세어볼만 한 돈푼을 만지는 시골에서 그나마 닷새에 한 번 열리는 장은 내어팔 것이 있는 이에게는 손꼽아 기다리는 장이었고, 농기구를 수리하고 아이들 운동화라도 바꾸어줄 요량으로라도 잠시 바쁜 일손을 놓는 날이기도 했다.
일요일이라고 따로 정해 허리를 쉴 사람들이 아니었지만, 다른 마을 소식도 들을 겸, 말끔한 옷을 갈아입은 김에 면사무소에 나가 밀린 농지세 고지서를 받아오는 날도 대개는 그런 장날이었다,
평일 같으면 버스를 기다리는 노인네들이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을 평상에 오색찬란한 놀잇감이 벌여져 있었다.
선뜻 집지는 못하고, 요란스럽게 딱딱이를 울리며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좌판에 넋을 빼놓고 보는데 문이 열린 서울 식당 안쪽에서 째지는 여자의 고성이 들렸다.
" 야 이 년아, 인저는 니가 아조 안방까지 치고 들어오누나? 예가 어디라구 기어 들어오길 기어들어와? 그랴 촌이 사는 촌 여편네라서 너 같은 것 헌티두 무시당하고 살 중 알었냐?"
"아니 이 아줌니가 웨 그려? 내가 뭘 어쪘다구 이런댜? 내가 아줌니헌티 밥을 사 달래유 술을 사달래유?"
"너헌티 사줄 밥이, 술이 워딨냐? 트진 입이라구 싸질러 놓는 말 뽄새 허구는, 여기가 니네 변소깐이냐?"
"바깥냥반이 바깥이루 도는 게 웨 너믜 탓이유? 안이서 잘혀봐, 뭐가 그리 션찮여서 밖으루 도까? 자게 허기 나름이지 웨 엄한 사람 잡구 이려? 내가 아즈씨헌티 쌍화차를 팔었으먼 팔었지, 아즘니헌티 팔었슈?"
"아나 , 그려 오늘 션찮언 너믜 여편네 맛좀 봐라"
"악~! 이니가 미쳤나 어딜 잡구 이려유?"
그리고는 이어서 우당탕 쿵탕, 의자가 뒤집어지는 소리가 났고 국물이 담긴 그릇들이 식당문의 살구주렴밖으로 쏟아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