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돌말사람들
그사람 박봉찬 전 4
소금눈물
2011. 11. 17. 15:10
"사람이 어리숙한 건지, 속이 훤한 건지...."
"냅둬, 번개같은 시상이 신선같은 이두 하나쯤은 있어야 구색이 맞지"
"구색맞추느라 자게는 신선이구, 마누래는 붙박이 종이루 살으래유?"
" 아, 지 말마따나 사나이 큰 야망을 시상이 몰라주는 걸 워쪄? 종이루 맨들구 싶어성가? 종같이 맨드는 시상이다 종주먹을 댈 일이지"
"아이구, 그러게 남정네들은 다 한통속이여. 속으로 곪고 썩는 게야 여자들 몫이지"
모깃불이 눈을 따갑게 만드는 저녁나절,
공연히 낮의 일을 꺼냈다가 우리집 싸움으로 만들고 말았다.
마르지 않는 쑥연기를 맡고 눈물을 찔끔찔끔 짜다가 나는 알았다.
구름 위를 나르는 재주를 가진 이가 아니라면 애초에 발을 딛고 살 세상이 아니란 것을.
마을에서 가장 멋지고 폼나는 그 박봉찬씨가 집집에 바깥사람 안사람의 쌈일을 만드는 것은
아마도 그가 나는 재주도 없이 신선이 되고팠던 그 이유가 아니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