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좌포청 어느다모의 방..

소금눈물 2011. 11. 16. 21:23

좌포청 어느다모의 방..

02/13/2009 03:27 pm공개조회수 2 0



가끔...
그렇게 혼자 생각해보는 날이 있었습니다.
초라한 옥이의 방에 놓여있던 저 수틀..
부귀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저 화려한 모란꽃 수, 옥이는 무엇을 생각하며 언제 저 수를 놓았던 것일까...
한성에서 상대를 찾기 어렵다는 검의 고수인 다모 장채옥. 수련장에서 격검을 하고 포청의 임무에 따라서 기찰을 다니고...
언제 저런 비단에 꽃수를 놓으며 남모를 꿈에 젖었던 날이 있었을까...


어느 밤을 생각합니다.
전옥서를 파옥시키고 고육지계로 옥이를 산채로 보내고 잠 못 들던 그 사람의 밤.


파옥의 책임을 물어 파직당한 종사관이 마지막으로 돌아보던 포청 옥이의 처소.
주인의 온기를 그리며 낡은 옷가지와 검을 쓰다듬어 보던 그 사람.
벽에 기대 있던 수틀을 그는 어둠 속에서 보지 못했지요.
누구보다 고운 비단옷 입혀보고 싶었을 그.
풀기가 없는 무명옷과 여인네에겐 어울리지 않는 검을 쓰다듬으며, 그는 말이 없었지만, 그 처연한 침묵은 오랜 공명으로 우리를 아프게 했습니다.

칼을 쥐어주어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지만 그 칼을 주어서 그 아이를 매번 위험에 처하게 했던 것이 아닌가..
포청의 일이라면 백척간두, 배수진을 치고 뛰드는 그녀, 그 마음속을 짐작하지만 번번히 그는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던 일이었습니다.
이제, 그도 없는, 언제 다시 복귀할 지도 모르는 좌포청, 아버지의 유훈이 아니라면 공명은 그의 뜻이 아니었을 것이나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선 그 보잘 것 없는 지위가 필요했을 그...

그는 어둠 속에서 오래 말을 잃은 채였습니다.
그 모습을, 저 꽃은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겠지요.
남몰래 품었던 그녀의 꿈, 그 꿈을 꾸게 했던 사람의 따뜻하고 쓸쓸한 손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