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성지 순례 26 -07년 매화밭.

소금눈물 2011. 11. 16. 21:13

성지 순례 26 -07년 매화밭.

03/18/2007 09:48 pm공개조회수 1 5






봄이 왔습니다.
봄은 다모폐인들에게는 매화밭으로부터 오는 손짓으로 시작됩니다.
남녘에서 꽃소식이 오면 마음이 설레기 시작하지요.
어느해보다 따뜻했던 겨울이었던지라, 예년 같으면 삼월 마지막 주 즈음에나 떠날 것을
올해는 서둘렀는데도 꽃이 지진 않았을까 조바심이 났습니다.

전날 근처에서 여장을 풀고 조그만 PMP화면으로 다모를 보며 밤새 수다를 떨었습니다.
다모로 시작된 이야기가 어느새 이야기가 길어지다보니 새벽 네시가 훌쩍 넘어버렸더군요.
다섯시 반에는 서둘러 일어나야하는데 말이지요.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해마다 오는 곳인데도 섬진강 자락을 내려다보며 동산에 오르다보면 마음이 부풉니다.
군데군데 진달래꽃도 피었습니다.





다모가 무엇이길래, 당신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이렇게 잊지 못하고 해마다 당신들의
흔적을 좇아 봄길을 재촉할까요.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당신이 우리를 놓은 적 없으니 우리 또한 그 인연을 지울 수 없소 나으리...




입구에 있던 꽃은 벌써 많이 지기 시작합니다.
아직 못 가신 분들은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자 이제부터, 매화꽃잔치를 둘러볼까요?





아침 일찍이라 풀숲에 이슬이 함빡 내렸네요.






아프냐... 나도 아프다...
너는 내 수하이기 이전에 누이나 다름 없다. 나를 아프게 하지 마라...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 보통명사지만, 알고 있는 것이 특별하다면, 그래서 그
특별한 것으로 유일하다면 그것은 고유명사이다... 그랬던가요.
사랑의 특별한 시선이 깃들기 전이라면 그저 지나치는 길 가의 흔한 바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나, 사랑으로 인해 특별해서, 그래서 그 특별한 유일함으로
우리에게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도련님의 바위.
어스름 푸른 달밤, 매화꽃이 그 달빛아래 쏟아지듯 날리던 그 밤의 정경...
사무치도록 그립습니다.





그 떨리는 고백의 말들을 저 꽃들은 모두 들었겠지요.
꽃들도 별들도어깨를 기대고눈을 감은 그 밤, 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마음을 적시며
그들의 마음도 저 꽃잎으로 그렇게 가만히 물들었겠지요.





이른 새벽이라 아직 하늘이 덜 깨었네요.






여기 어디쯤일까, 저 곳쯤일까...
금창약을 바른 어깨를 부여안고, 앞서가는 종사관의 뒤를 가만히 따르던 옥이를
생각합니다.






안쪽엔 이제 꽃이 늦게 피어선지 지금이 제일 예쁜 것 같습니다.
꽃잎에 맺힌 이슬, 보이시나요?





댁에 매화가 구름같이 피었더군요.
가난한 살림도 때로는 운치가 있는 것입디다. 그 수묵(水墨) 빛깔로 퇴색해 버린
장지 도배에 스며드는 묵흔(墨痕)처럼 어렴풋이 한두 개씩 살이 나타나는 완자창
위로 어쩌면 그렇게도 소담스런 희멀건 꽃송이들이 소복한 부인네처럼 그렇게도
고요하게 필 수가 있습니까.



근원 김용준은 그의 수필 <매화>에서 이렇게 읇은 적이 있습니다.
구름같이 피어난 매화길을 걸으며 떠올려 읊어봅니다.
그 수묵빛깔로 퇴색해버린 장지 도배에 스며드는 묵흔 처럼 어렴풋이 한두 개씩
스며드는 완자창위로 소복한 부인네처럼 그렇게 고요히 피어나는 희멀건 소담한 꽃송이들...
참으로 절창이지 않습니까?








마치 선계에 묻힌 것만 같습니다.
이런 곳에서, 세상 시름을 모두 잊고 그림을 그리며 그렇게 한 세상 살다
가고싶으셨을 나으리.
나으리께서 붓을 잡으시면 그 옆에서 먹을 갈고... 그들의 정경을 그리다가
마음이 울컥합니다.
홍진의 명리를 구하지 않았던 사람... 그 푸르고 곧음이 하늘까지 닿았을 사람...
그 맑고 곧음이 세상의 시기를 사 그 푸른 나이에 그렇게 훌훌 가야했다니...





내려오다가 섬진강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섬진강 푸른 물결이, 푸른 비단치맛자락처럼 구비구비 펼쳐져 있습니다.
작년에 함께했던 벗들의 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
잘들 계시겠지요.
평안하신지요.. 꽃에게 소식을 물어 전합니다.





내려오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예전에 없던 현수막이네요.
들어보니 지난 주까지만 해도 없던 것이랍니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뛰어내려왔습니다.
아이고... 저런 사진 한 장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울컥해지다니.
그런데 옥이오빠, 거긴 왜 서 계신겝니까?
행색이 좀 흉하시오.
매화밭과 그대가 무슨 인연이라고...




옥이...
생각하면 회한이 참 많이 남습니다.

그래.. 그래 참아주자...
우리 나으리께서 그토록 고이셨으니 그래... 우린들 어찌하겠니...





올 봄의 매화밭은 이렇게 접습니다.
내년에 다시 꽃소식과 더불어 찾아오겠습니다.


안녕... 잘 계시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