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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년 성지순례 17 - 선암사 ( 2)
소금눈물
2011. 11. 16. 20:59
06년 성지순례 17 - 선암사 ( 2)

일주문 앞의 하마비라오.
(사실은 작년 사진이오 ^^;)
하마비는 일주문 앞에 있는 것을 보면 위중한 옥이를 안고 거기까지 가셨어도 좋았을 것을 마음이 급하셨던가 강선루 앞에서 훌쩍 내리신 나으리.
아니 여까지 말달리고 오셨으면 훨씬 좋았잖아. 승질도 급하셔요 암튼.
힘자랑 할려고 그러셨을꼬야.
강선루에서 터억 내리면 훨씬 뽀대나잖아~ 아이구 나으리 뽀대자랑에 얼마나 힘이 들었을 거시야.
의식 없는 사람은 몸무게가 배로 는다누만.
그래도 나으리한테 안겨서 여까지 왔으니 원도 없겠다 뭐. 부러운 옥이지지배. 흑~
나무들이 정말 곧고 신기하네요.
수월대사한테 수련하던 곳이예요.
그럼 장성백은 안돼~는 어디? 저긴가?
선암사 뒤편 오솔길도 같은 수종의 숲이 있다우. 아마 거기였지 않을까?
종알종알~;; 일제히 합창 ~ '장성백은 안돼에~'

연못 모양이 독특하지요? 선암사 일주문 앞의 연못 삼인당이오.
알모양의 연못 안에 섬이 있는 독특한 양식으로 신라 경문왕 2년(862)에 도선국사가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삼인이란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 제법무아인(諸法無我印), 열반적정인(涅槃寂靜印)의 삼법인을 뜻하는 것으로 불교의 중심사상을 나타낸 것이라네요.
가보면 연못이라고 하기도 뭐한 작은 못인데 뜻이 참 큽니다.
주변 산이 아직 마른 풀잎인데 삼인당 안의 둔덕만 푸르른게 참 신기하지요?

빛과 계절의 조건이 달라도 사진만 보면 우리 낭자들은 딱 알아보실 것이오.
천령개를 한 다음날, 비가 내리는 청명한 아침, 자리옷 차림으로 돌계단을 올라서시어 문득 돌아보던 그 모습..
왕벚꽃이 피지 않아서 빈 곳이 좀 허전하긴 하네요.
하지만 다모의 바로 그 자리에 와 있다는 것으로 우리는 설레기 시작했다오.
오늘은 꼭 옥이가 주장자를 훔치던 나무그늘을 찾아야 해요.
불끈~!
하지만 소인이 미리 찍어간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나무그늘을 기웃거릴 동안, 여기저기 꼭꼭 들어찬 다모의 흔적을 찾아내느라 다들 각자 뿔뿔히 흩어지시고 ;;;;
옥아 미안하다.;; 역시 네 자리는 다음기회로 또 미루자.

앗!! 여기다!!
이구동성, 저절로- 삼천 백 스물 하나~ ;;;;
이제 막 관비로 온 일곱살 계집아이를 딸려서 서자를 관음사로 보낸 황보현감.
재기가 아무리 승한들 국법에 막힌 답답한 처지를 어찌하라는 말씀이냐고 울부짖는 아들을 승군의 마지막 도총섭 수월대사께 보내셨지요.
그분이라면.......
혹시라도 정실자식들에 치어서 비뚫어질까 늘 곁에두고 임지를 떠돌았건만, 아이는 영민한만큼 상처에도 민감해서 늘 아프고 늘 고통스러웠습니다.
그 자식을 보면서 억장이 무너지던 모정... 엄한 현감이기 전에 아들을 애틋히 아끼는 부정일 수 밖에 없던 현감어른...
수월대사는 현감의 뜻을 짐작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기대만큼 든든한 재목일지는 모르지요.
굳은 뜻을 단지(斷指)로 증거하라는 말에, 단도를 손가락으로 내리치던 소년.
법당 밖에 서 있던 어린 관비가 기겁을 합니다.
고될 것이다... 일만배를 올리거라.
소년의 결심을 인정한 대사는 일생 마지막 제자로 받아들입니다.

난생 처음 올리는 절.. 일만배...
삼천배를 넘어 소년의 다리는 후들거리고 휘청이는 도련님을 본 재희는 세던 염주를 집어던지고 법당안으로 뛰어들어 나머지 절을 자신이 대신하려 합니다.
삼천 백 스물 하나. 삼천 백 스물 둘.... 간절하던 그들의 기원.......
소년은 자라서 나라의 동량이 됩니다.
재주를 아까이 여긴 수월대사는 강직하고 청렴한 한성의 좌포장에게 청년으로 자란 윤을 천거하지요.
그렇게 세상으로 나간 윤이 어육이 되어버린 재희를 안고 천리를 달려왔습니다.
그런 모습으로 스승에게 돌아가서 매달릴 일이 있으리라고는 꿈에 생각하지 못했을 종사관.
"스님!"
옥이를 안고 서 있던 나으리의 모습이 저 문에 어립니다.
작년에는 스님 몰래 빈 법당으로 들어가서 저 모습을 찍을 수 있었는데
너무도 간절하게 기원을 하는 여인의 모습을 보고 차마 더는 어쩌지 못해서 가만히 물러났습니다.
그 사람의 그 간구는 무엇이었을까요...
도련님 단지를 받치던 소반이, 불전함을 받치고 있는 실제 소반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합니다.

온통 검댕이 묻어서 자주 쿨적거리고 울던 재희.
서출이라고는 하나 고생을 모르고 자란 도련님이, 그 아이와 별다를 것 없는 낡은 무명옷 차림으로 그렇게 유년을 함께 보냅니다.
도련님을 혼찌검내는 수월대사의 주장자가 미워서 몰래 갖다 태우고, 매운 연기에 눈물 흘리는 재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그들에게는 세상의 무서운 법도도 신분도 없었습니다.
아름답고 행복하던 그들...
옥이의 볼을 닦아주시던 도련님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릅니다.
그들 위로 펼쳐져 있던 아름다운 산사의 모습도...

항마지검세를 전수받던 도련님..

만개하지 못한 홍매가 어른거리는 선암사의 봄날.

도련님 우물이 어디예요?
앗 찾았당 ;;;
환호하던 낭자들 모두 한번씩 물을 마셔보고, 포즈를 취하며 사진도 찍고..
사방으로 흩어졌던 낭자들이 모두 우물가에 모여들었습니다.

생사를 기약 못하는 천령개.
하지만 그 길 밖에는 소생의 방법도 없는 것을...
결국 옥이는 위기를 넘겼습니다.
비로소 정신이 든 나으리.
산사의 새소리가, 빗방울이 그토록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사람처럼 눈부시게 세상을 보던 나으리.
참 달게 드시던 그 돌우물.
가만히 손을 뻗어 적셔봅니다.
- 음 ;; 손이 너무 굵소 쿨럭 ;;;
근데 천령개 방이 어디예요?
앗 저기닷!!!

외인의 출입이 금지된 처소언마는, 일제히 대롱대롱 울타리에 매달려 있는 낭자들.
나오던 스님의 모습이 얼떨떨하십니다.
다른 유명한 전각도 아니고 하필 스님들의 식당이라는 곳에 아리따운 (;;;) 낭자들이 우르르 모여서 꺅꺅거리고 있으니 ^^;;

아아 우리 나으리~

지금 이 낭자들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자리옷 차림으로 손수 약을 달이며 행복해하는 젊은 남정네의 모습이 저 토방 한구석에 그대로 보입니다.

고바고바~
고대로 있어요.
저 대나무 장대도 그대로...
그 장면 나중에 패러디로도 참 많이 쓰였는데.
부인, 아들 낳느라고 수고하셨소~ 손수 산구완하시던 나으리

근데 저기서 몇번을 구르셨으니 얼마나 아팠을고.
그러게...
다시 잠잠해지면서... 그시절을 생각하는 폐인들....
아..
선암사를 다시 언제 오나.. 목이 살짝 잠기면서.. 다음 일정을 생각하는데...
일주문을 나서려던 발이 문득 멈춰집니다.
이대론 못가요.
왜? 나 전부터 그거 무지 하고 싶었는데 혼자라서 도저히 용기가 안났었어요. 근데 지금 못하면 진짜 못할 거 같애.
머머? 그거.. 아 머시여!! 기와에다 글 써서 보시하는 거.
엥~?
아 그럼 우리도 해봅시다 하고 가요!!
머라고 쓰나? 귀천 황보 윤.. 에에~ 그거 이상해~ 그럼 머라고 써? 머리 굴려바바요~;;
갑자기 왁자지껄;~ 영가..또 머라고 써야 혀요? 몰라~ 머리 굴려봐요;;
다시 오시라고 할까요? 안돼, 저는 나으리가 다시 그 생을 거듭하는 걸 못보겠어요. 오시면 안돼...
까짓거 해봅시다 해요 머!!
그리하여...
드라마 사상, 아니 드라마 아니라도 가상의 인물에게는 처음 바치는 일이었을...
기와불사!!
누가 글씨 잘 써요? 당신이 써요~ 아뉴 저는 밤에만 한석봉이어요;;
그럼 연인낭이 ;;

아이구 머리도 좋으셔 참말;; 글씨 바바 ~ 한석봉이 통곡한다~ 음마 왜 이랴~ 좀 크게 말해줘요 ;;
줄리낭~PMP 자랑질좀 해바바;;;
황보 윤만 쓸까? 둘이 다 쓸까? 둘 다 써야죠 당근.
옥이가 싫다구 하면 어쩌지요? 아 몰라~ 나으리 옆에는 당근 지가 있어야지 싫구말구가 어딨대.
끄집어서라두 붙여놔야겠어. 나는 옥이가 다른데 있는 꼴은 죽어도 못봐요.!
참 승질은 ;;;
이리하여...짜잔!!!

다시 잘 보이는 곳에 올려놓고,

그렇게 올려놓고 행복하게 바라보던 낭자들의 눈끝이 살짝...쳐집니다.
나으리... 그곳에서는 행복하시지요.
거기서는 검도 봉도 버리고 당신이 원하던 지필묵만 가지고... 당신들의 사랑을 그리면서 그렇게 행복하시지요.
그 별나라에는 아무런 슬픔도 고통도 없을테니까요...
이제 저 기와는 우리들의 사랑과 기원을 담고, 그들의 고향, 그 쉼터의 지붕으로 올라가겠지요.
거기서 백 년 이백 년... 영영 우리의 사랑을 간직한 채 도련님의 탯자리를 감싸고 있겠지요.
여기에 모였던 우리가 모두 세상을 떠난 오랜 후에도 우리의 사랑의 증거로 ...
일견 후련하기도 하고 까닭모를 우수에도 슬며시 젖어서 터덜터덜 내려오는 길.
문득 돌아봅니다.
그렇습니다.
심장을 뚫어버린 사랑. 그들의 사랑, 그리고 우리들의 사랑...
세상에서 두 번은 못 가질 그 마음.

담장밑에서는 그 봄의 목숨처럼 붉은 동백이 뚝뚝 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