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06년 성지순례 16 - 낙안읍성
소금눈물
2011. 11. 16. 20:58
06년 성지순례 16 - 낙안읍성

아이고 정신없는 소인이 어제 헛소리를 했구랴.
매화밭을 나와서 선암사 가는 길이 바쁘지만 어찌 우포청을 지나리오.
선암사 가기 전에 먼저 들렀다오.
날리는 매화꽃을 가슴에 가득가득 쌓으며 여정은 우포청으로 이어지오.
일행 중에 남도 다모성지를 다녀본 분이 한 둘이 아니언마는 어째 그리 똑같이 초행길처럼 어리숙한지.
씽씽 달리다가 어느 낭자가 음마 이 길 맞어? 하면 삽시간에 모두 갸우뚱 불안해지고, 이 길이 맞다 아니다 갈팡질팡하는데 네비아가씨까지 길안내를 산속으로 마을길로 자꾸 엇갈려 불러대고.
가던 길을 U턴해서 다시 되짚어가다가 아까 그 길이 맞는게비여 시끄러워지고..
결국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오락가락 하면서 좌충우돌 낙안읍성으로 갑니다.
어느덧 해는 중천에 뜨고 차 안은 뜨거워져서 후끈후끈 하는데 막상 차에서 내리면 바람은 역시 삼월, 옷깃을 다시 여미는 날씨.
창밖으로 낮으막한 남도의 산과 언덕들이 좁으장한 시내를 끼면서 이어지오.
집터가 분명한데 지붕은 허물어지고 들어선 무덤들이 연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사라집니다.
산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죽은 이들이 차지한 자리.
우리 나으리 생각이 스쳐가오.
생각하면 역난을 잡은 공신이라 하나 후사도 없이 떠난 사람.
살아온 흔적을 남기지 않고 화장을 하였으니 당대의 포청사람은 기억하고 애달파할 것이나 그들마저 떠나고...아무도 그들의 뒷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때가 되었을때....
우리 나으리와 옥이의 아픈 이야기는 누가 기억을 할 것이오.
아무리 생각해도 소인은 그들이 공중의 인연은 아니오.
소인이 그때 무엇을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좌포청 어느곳에서 그들이 오가는 것을 분명히 본 것만 같소.
총각 종사관의 기합소리가 포청 수련장을 넘나들던 날이 간혹 있었고, 제비부리 댕기를 드린 다모아이가 찻상을 들고 쪽문을 돌아가는 뒷태를 본 듯도 하고...
-살아계시지.. 내 마음 속에...

낙안읍성은 민속촌치고는 드물게 주민들이 실제로 살고 있다오.
작년에 왔을 때는 장금이 언니네 표지판을 제법 보았는데 올해는 초가의 이엉도 새로 얹고 부산히 오가는 손님들이 많이 보였소.
다모에서는 읍성의 성문을 훌쩍 넘어 바로 선덕당으로 이어지고... 포청 본전인 선덕당 뒤에 후원이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있지요.

드디어 우포청이오.
해마다 여는 격구시합에서 우포청은 번번이 좌포청에 패하지요.
모처럼 승리를 잡았다 했는데 혜성처럼 등장한 한 포졸이 활약을 하는 바람에 승기를 놓치고 열이 받은 우포청 팀. 그 비상한 포졸이 좌우포청에 소문이 난 다모로 밝혀집니다.
더구나 계집아이, 그것도 다모에게 졌어? 우포청은 열이 났지요.
억지를 쓰는 우포청 종사관 조치오. 하지만 말로도 다모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양 포청의 육박전이 되어버렸습니다.
우포청의 포졸들이 크게 상하고 결국..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할 사태가 되어버렸고...좌포청의 밀린 일로 참석을 못했던 황보종사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려 합니다.
서출인 나으리가 얼마나 힘들게 거기까지 갔는지를 아는 옥이는 아무도 모르게 그 일을 자신이 막으려 합니다. 결국 자신때문에 벌어진 일이기도 했으니요.
슁슁 칼을 휘두르는 조종사관의 칼소리가 들릴 듯하오.
우리에게 전반의 조종사관은 얼마나 미움을 받았던지요.
재주가 부족한 아들을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한 아버지. 그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하다 자신의 자리를 대신하는 황보종사관에 대한 질시 때문에 더 외로왔던 조종사관의 상처를 우리는 아주..늦게야.. 너무나 아프게 이해합니다.

제발 자신을 벌하는 것으로 이 사태를 무마해달라고 읍소하던 옥이의 울음섞인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쳐든 자줏빛 저고리의 소맷부리도 아른거리오.

이마에 죽일년이라도 자자라도 하라고, 산골로 내쳐서 평생을 썩더라도 그 사람만은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울던 옥이..
무거운 마음으로 우포청에 들렀다가 그 꼴을 보고만 종사관.
칼을 치켜든 조종사관의 고함에 기겁을 하던 나으리..
보기 좋소.
이거야 원 서로가 고초를 자처하고 나서니~!
조종사관의 비아냥이 귀에 들리는데...
그들이 서 있던 곳은 무심한 홍매가 하늘을 이고 피었습니다.
여기 말고 또 우리 포청 사연 있나?
우포청은 더 이상 볼 일 음써여. 그럼 고만 가지. 아 참 사람들~!! 여기가 무슨 문화재도 있구 볼만한 꺼리도.. 혼자 보고 오세요. 전 좌포청 일 아니믄 관심 읎응께롱.
궁시렁궁시렁.;; 우르르 다시 돌아나오고...


아 참 좋은 봄날의 한때입니다.


한가로이 오가는 잉어들을 고개를 삐죽 내밀고 들여다보고...
진짜 우리땅콩이라고 좋아라 한봉지를 사신 연인낭.
다들 한줌씩 얻어들고 행복해서

매화밭 나올 때도 맛난 매실아이스크림도 한입씩 얻어먹고 거기서 사신 생율도 한줌씩 얻어들고 행복했는데 아 다들 연인낭 협찬에 재미가 들려버렸소.
소금눈물낭은 왜 안드시오? 저이는 견과류 안좋아한답니다. 니에, 훌륭한 사람들은 견과류를 잘 못먹습니다. 아 어쩐지~ 조잘조잘 궁시렁궁시렁 ;;;;
낙안읍성...
더는 없지요?
예, 그럼 선암사로 서둘러 갑시다. 거긴 한번씩 다들 다녀오셨지요? 저는 첨이예요. 음마나!! 그나저나 자꾸 eun낭이 아파서 우짠대. 약국 들러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