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답사길에 만난 우리꽃들
소금눈물
2011. 11. 16. 20:41
답사길에 만난 우리꽃들
밖에 나가 서 보면 우리 꽃과 풀들의 이름을 너무 모른다는 자각이 절실하게 드오.
어린시절을 시골에서 자라긴 했지만 사실 또래친구가 없던지라 들판의 들꽃들 이름을 거의 모른다오.-_-;;
맨날 고향 팔아먹는 글이나 써대는 주제에 정작 그 들과 산에서 자라는 것들의 이름도 몰라서 식물도감이나 뒤지고 있다니...


선암사 일주문 들어서면서 만났던 수국이오.
고향집 뒤뜰 우물가에 피었던 꽃이었지요. 담쟁이 올라가는 담장 밑에 장미와 수국이 한여름엔 참 좋았었는데...

팔상전 아래 피었던 꽃.
흔하게 보았던 꽃인데 이름을 모르오 +_+


지난 봄 나들이때는 가는 곳마다 홍매와 백매로 취한 발걸음이었는데 이번 답사길은 남도를 돌아보는 내내 배롱꽃이 따라다녔소.
지난 책읽기에서 떠든 그, 소금눈물의 여름기다리기 꽃이라오.
함초롬히 비에 젖은 흰 배롱꽃을 눈물나게 좋아하는데 사실 흰배롱꽃은 좀 드믈고 이렇게 진홍색 배롱이 내내 소인이 지나치는 곳마다 기다리고 있었소.

본 적은 있는지 모르되 그 이름을 알고난 후에는 처음 눈에 든 상사화.
그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서러운 사랑을 가진 이름이오.
팔상전 앞에 있었소.


도라지....
달리 덧붙일 말이 필요없는 이 절대순수의 꽃자태.


팔상전 토방 아래서 고개가 꺾어지라고 치켜들고 찍은 나리.
나리꽃들은 다들 참 화려하지요?
소박한 다른 우리 야생화에 비해 절로 감탄이 나오게 치맛자락이 정말 화려합니다.

선암사 뒤켠 숲길에서 만난 무궁화.
살짝 벙그러진 꽃송이가 다른 무궁화들보다 독특한 것이 수줍어보이오

관광객들의 발길이 잘 안닿는 듯한 뒤뜰서 헤메다 만난 백일홍.
부채질을하고 있던 노스님
"무엇을 찾으시는 고?"
"스님. 이 꽃의 이름은 무엇인지요?"
"백일홍일세"
" 저 꽃은 요?"
계속 사진기를 들고 쫓아다니니 얼른 도망치시더라는.+_+

꽃 따라 다니다 어느 전각 근처인지도 잊어버렸소.
석류가 한참 익어가는 구랴.
소쇄원 제월당 뜨란에 한창이던 봄 석류꽃이 생각났소.
지금은 거기도 석류가 이렇게 한창이겠지요.

문경 넘어가다 만났던 꽃.
역시 이름을 모르오 -_-;;


문경 이북에서부터 띄엄띄엄 보이더니 정선 사북에서는 길가에서 온통 환하던 쑥부쟁이.
가을꽃인 쑥부쟁이가 보이는 걸 보니 여정길이 많이 올라와있음을 느꼈소.

이름, 모리오 -_-;;

정암사 적멸보궁으로 들어가는 돌다리 옆에 맺혔던 열매.
이름..묻지 마시오 버럭~!!

정암사 수마노탑을 내려오다 만난 꽃.
꽃은 깊은 산속 강원도 지역에서 자생한다는 "고본" 같은데 얼핏 보면 당근꽃 같기도 하고.. (산비탈 음지에서 보았으니 당근일리는 없고 ^^;;)

정암사를 벗어나다 만난 봉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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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진을 막 올리다가, 며칠전에 친정보낸 컴터가 하드고 뭐고 완전히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했소.
가는 도중에 기운 센 택배회사 직원이 때려부쉈나보오.
무지막지한 다모자료들, 대본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폐인들의 작품들, 영상들,
미처 시디로 굽지 못한 채이던 영화들.
민족문제연구소 자료들,
그리고 소설들...
죽고싶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