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잡은 손, 잡은 생애
소금눈물
2011. 11. 16. 20:37
잡은 손, 잡은 생애

아이야 한발자국만 내게 오렴
햇살도 비껴가고 빗소리도 비껴가는
푸르른 날의 초엽
돌부리에 닿지 않게, 개울물에 닿지 않게
내 손을 잡거라, 너의 작은 손을 내밀거라
고단한 생이더냐
서러운 팔자더냐
너는 그 작은 몸을 내게 기대고
나는 서러운 내 별자리를 네게 묻겠다
네가 빗물에 적셔져 내게 왔으니
나는 꽃잎으로 네게 가겠다
고단한 내 어깨를 안아다오
추운 네 발을 받아주마
울며 가는 생이란다
서러워 지는 꽃이란다
어떤 모진 바람이 우리를 기다린다해도
네가 온, 내게 들어온 그날만을 우리 갖고 가자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그 마음만 갖고 가자
상처없이 피는 꽃이 있으랴
흔들리지 않은 나무가 있으랴
네 일곱살이
내 열 다섯이
견디고 넘어야할 서러운 나라는 저 바깥 너머
허울좋은 반쪽짜리 양반도 아니고
천한 애기 관비도 아니고
상처의 영혼들로
서러운 바람들로
깃들어 하나가 되어 이 물을 건너자
아이야 손을 주거라
그 작은 손을 내게 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