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눈물 2011. 11. 16. 20:35

천령개

07/22/2005 09:52 pm공개조회수 1 0



하눌님..
세상의 온갖 길을 내고 여시는 분이여
사람의 맨 처음 인연을 맺고 거두시는 이여
부질없는 세상사기로, 벌레같은 인간이기로
주신 마음 속절없이 이렇게 엎디어 빕니다

제게 이 아이를 보내실 일이 아니었습니다
제 한으로도 기막힌 이 어린 여자를
닿기도 전에 눈물이 배는 이 여자를
모질고 서러운 제게 보내실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곱살에 처음 만나, 열 다섯해를 함께 물들어왔습니다
그게 죄였습니다
추운 마음을, 이 사람의 따뜻한 눈을 보며 녹여왔던 제 마음이 죄였습니다
저리고 서러운 그 심정을 알면서도 어찌할 줄 몰랐던 제 처지가 죄였습니다
다하면 닿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이 서러운 인연도, 맺히고 꽃이 될 날이 있으리 생각했습니다

그 죄였습니다
사랑을 안 죄, 사모를 품은 죄.

가져가시렵니까
기어이 그리하시렵니까

그렇다면, 정히나 그게 정하신 길이라면
저를 데려가십시오
이 사람의 손에 칼을 쥐는 법을 제가 주었으니
그 칼날을 이제 제게 주십시오
그게 이치입니다. 그게 제가 끄덕일 유일한 이치입니다

사랑이 죄였다면 심장을 드리고
눈물이 죄였다면 남은 생을 드리겠습니다
다만, 이 사람은 아닙니다
아직은 이 사람의 날을 닫으실 때가 아닙니다

쓸모없는 이 몸을 대신 거두시고
비바람속에 맨발로 걸어온 이 여자를 남기소서
이 눈을 보며, 이 그림자를 보며
일생 복 많았던 저를 대신 거두시고
이 사람은 아직 아닙니다

아직은, 이대로는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