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쓸쓸한 사랑
소금눈물
2011. 11. 16. 20:05

누군가를 아프도록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마주 앉았습니다.
누군가는 어떤 사람을 서럽도록 아프게 사랑하는데, 그 사람이 이 사람은 아닙니다.
또 누군가는 이 사람을 아프게 사랑하는데 이 사람 마음에는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아프고 쓸쓸한 사랑들입니다.



아씨는... 이 침묵이 두렵습니다.
이 사람의 마음이 어떤 지를 알기 때문에 저쪽에 의식이 불명인 아버님을 보면서도 그래도 이 사람의 입에서 무슨 말을 들을지가 아씨는 무섭습니다.
나으리는... 오래 말씀이 없으십니다.



나리께서..... 허락하신다면.....초간택에 응하고 싶습니다...
무거운 침묵을 견디기 어려운 아씨...
마음이 어느 곳에 닿아 있던, 정혼을 하기로 한 이 앞에서 간택에 참여하는 미안함으로 어려운 입을 뗍니다.

묵묵한 침묵이 다시 이어집니다.
찻물은 그렇게 식고, 두사람의 말은 이어지기가 버겁습니다.
아씨의 아픈 마음을 아는 나으리도 달리 찾을 말씀이 없습니다.




비록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배려를 받기는 했습니다만... ...아버님께서 당부하신 것처럼 예와 기품을 곧곧히 하여... 할아버님들의 명망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영감께서 자랑스러워 하실 겁니다....
...국법이니 잠시 따르는 일이지만.... 나리께 면목이 없습니다...

오늘따라 이 사람은 어쩌자고 이렇게 더 무거운 걸까요.
오늘, 아씨는 무슨 말씀을 들으시려고 이렇게 힘겨울까요

전.... 아가씨를 연모하지 않습니다.....
기어이... 이 말씀을 내뱉으시는 군요..



짐작 못한 속도 아니련만, 차마 듣고 싶지는 않았을 이 참혹한 말씀...

아가씨를..... 여인으로 느낀 적도 없습니다.....
나으리... 잔인하시오...


아가씨와 정혼을 약속한 것도... 제 자신을 속인 일이었습니다....
차마 못할 말씀, 차마 듣지 못할 말씀을 나으리는 눈길을 똑바로 하지 못하시면서 하십니다.
얼음칼로 심장을 난자당하는 아씨의 심정을, 나으리도 바로 겪으셨으니 어찌 당신이 아프지 않으시겠습니까.
나무밑에 육신을 가린다 한들, 한번 준 마음은 어찌 하겠냐던 ... 그 아이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 소용돌이를 치고 있을 나으리...

아씨는..... 그 아이처럼 울지도 못하시면서 바위처럼 짙누르는 이 고통을.. 그저 온몸으로 맞고 계십니다.
그런데!!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나리...
잘못 들은 걸까요.그런 걸까요.
아씨는 당신의 귀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아가씨께... 제 마음 한자리를 내어드릴 수 있을 듯 싶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애써.... 보겠습니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씀인가요.
눈물이 맺히면서도 참을 수 없이 얼굴은 자꾸 환해집니다.
환하게 기쁘면서도 자꾸 눈물이 솟습니다.

이렇게 한 세상 살아가는 것도 나으리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묶었는지 모릅니다.
어차피 그 아이가 아니라면 다른 누구라도 상관없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당신이 아프게 한 저 분에게 이렇게 애쓰면서.. 어쩌면 마음이 갈 지 말 지 모르는 그 어떤 날을 생각하면서 이렇게 생각하고 말자고 다짐했는지도 모릅니다.
그 사랑이... 다른 누구로 대신 할 수 없는 모진 형벌이었지만 당신의 곁을 떠나서 그 아이가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면... 그냥 당신은 그렇게 잊혀지고, 묻히자고 그렇게 다짐합니다.


안스럽고...쓸쓸한 저 사랑의 얼굴을 당신들은 그렇게 똑같이 아프고 있습니다.





흐느끼는 아씨를 바라보시다...
나으리는 고개를 떨구십니다.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지만.... 가슴을 지나가는 그 바람만큼은 당신도 어찌하지 못합니다.
밤은 그렇게 깊을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