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눈물 2011. 11. 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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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빗속입니다
어제는 돌아오면서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윤..
황보윤..
당신 나고 가신 그 세월은 이미 아득한 옛이야기지만,
아직도 우리들의 가장 예민한 심첨판을 두드리는
그리움의 원형질.

뿌리깊은 이 사모는 병으로 깊어져
빗속에서 당신을 그리워하고
날리는 눈꽃 아래서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가 봅니다.

오늘은 주막울타리 밖에서 통부를 던지던 이부장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보내지 않겠다 하셨잖습니까...."
감정을 억누르고 툭툭 뱉는 딱딱한 그 비호대장의 밑바닥에, 다모년 하나를 누이처럼 아끼고 위했던
이부장 백부장의 따뜻한 마음과
그녀를 결코 보낼 수 없는 당신의 마음을 이미 짚고 있는 포청 사람들을 알았습니다

그랬습니다.
당신들 그렇게 사셨습니다
서슬푸른 병판의 위세도 두려워아니하던 당신이, 억울하게 사주전을 유통하던 백성의 수형 앞에서 혼비백산했고
자신의 가슴팍으로 들어오는 칼날도 아랑곳 아니하던 당신이, 그 여자의 눈물 한방울을 어려워하셨지요
사직의 존망 앞에서 화적두령을 잡을 절호의 기회에서도 다모년 하나의 목숨을 아끼던 백부장이셨지요
종사관의 면직을 걱정해 벙거지를 벗으려던 이부장이, 흔들리는 종사관을 다그치던 얼굴...기억합니다.
당신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하나의 몸과 하나의 뜻처럼..그렇게 아름다웠습니다

종사관...그녀를 산채로 보내실때, 그 길이 쉬웠겠나이까
그녀를 붙잡고 당신이 나서시는게 천만번 당신에겐 쉬운 길이었지요...그 녀를 정원의 나무로 만들 수 없던 당신의 사랑이...그녀의 길을 열어주고싶었던 게지요..
그녀가 총탄에 쓰러졌을때, 당신의 의식도 따라 잃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당신이 없는 그녀의 나날을 걱정하며 인연을 지우라 하셨지요
당신이 묶으신 것이 아니고, 어린 날 대숲의 그 빗발들이 묶어버린 그 눈물의 인연들을요..

그녀가 비우고 간 그 방에서...그녀의 옷자락과 검을 만지시던 당신의 푸르고 깊은 밤을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는 회한과 그리움과.....아픔으로 쓰다듬던 당신의 손길을 기억합니다.

하옥되실때...돌아보며, 돌아보며...옥리의 채근에 비틀거리면서도 눈길을 떼지 못하던 그 눈을 또 기억합니다. 우리의 가슴에 핏물로 새긴 그 밤...형장에 타오르던 횟불들이 우리의 서러움이었음을, 그대 아시는지요..

누군가 그러더이다
당신의 혈관에서 흐른 것은 피가 아니고 눈물이라고,
그리하여 눈물의 사랑을 하신 당신일 거라고.

돌아보면 그 짧은 생애. 아프지 않고 서럽지 않던 날이 없었으나
당신의 삶의 의미가 어떤 꽃으로 향하고 피었다 지는 것을 알았기에
우리는 차마 원망보다 한숨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와서 사랑함이 아니라, 사랑해서 곱게 보려 애썼습니다.
그게 당신의 눈길이었고 마음길이었음을 알기에.

이름없는 백성들의 핍박을 당신이 아파했고
보잘것 없는 처지의 그녀를 당신이 사랑했고
그 사랑이 부르는대로 십자가를 메었으니
감당할 수 없는 그 길을, 우리는 사모하여 그릴 뿐

비가 내립니다.
종일..
비가 내립니다...
당신을 그리워하는 우리 마음도..하루 종일 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