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함께 가는 세상
프레시안 창간 8주년 기념 박원순 변호사 초청강연회
소금눈물
2011. 11. 15. 16:09

이날의 의제는 <새로운 사회를 상상한다>였지.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절망이 깊어진 한국 사회에서 김대중, 노무현 이후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어느 국민이 자기 정부가 실패하길 바랄까. 하지만 하는 일 마다 이렇게 동의하기어려운 정부도 없었을 것이다. 졸속, 난폭한 개발시대의 후유증을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말씀으로 강의를 열었어.
거칠게나마 함께하지 못한 햏들을 위해서 대충 정리를 해볼게.
21세기의 화두는 문화예술창달의 사회.
예술발전이 더딘 영국이 디자인은 최고라지. 제조물 분야에서 최고인 독일은 이제 디자인의 나라(Land of Idea)를 꿈꾸고 있고.
우리나라 보다 선진국인 나라 중에서 생태적 감수성이 앞서지 않는 나라가 없는데 이 나라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도 개발논리에만 목숨을 걸고 있고 그 무차별적 건설물의 결과인 엄청난 세금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떠맡겨지고 있어. 하지만 이 무심한 국민들은 의식하지를 못하고 있고.
앞으로의 세대는 더 이상 그런 삽질개발의 시대가 아니라, 문화예술의 나라, 콘텐츠, 소프트웨어가 우리의 비전이 되어야 하는 건데.
이 모든 사업에는 어떤 한 분야의 그룹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정부, 기업, 민간의 구별이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아. 관료의 힘만으로도 불가능하지.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의 시장이나 일본 미야기현의 주지사 등이 이룬 성과의 공통은 가장 열악했던 지역사회에서 슬림형 가치를 추구하는 리더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문화를 추구하고 그 지역사회에 가치를 현실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며 그 지역민이 적극 동참하면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고 그것은 외부의 관광객들과 기업을 유치하는 놀라운 성과로 이어져.
또한 다국적기업 바디샵이나 에코파티메아리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착하고 바른 이념을 추구하는 기업과 사회단체의 구별은 이제 별 의미가 없어.
(여기에서 전쟁반대, 인권존중, 동물실험반대, 공정무역을 기치로 내건 기업바디샵의 예를 강조하심)
집단지성의 힘을 이제는 믿자. 합의, 동의할 수 없는 의제는 가장 큰 대항자인 소비자인 우리의 몫이고 그 힘을 우리 스스로 믿고 행동할 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막연한 개발논리로만 일관했던 일본이 이제 도심붕괴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 어째서 우리는 그 실패를 배우지 못하고 답습만 하고 있는 지 답답하다.
영국 테임즈강변의 코인스트리트 예를 봐도 그렇다. 화훼무역이 번창할때 그 항구로 크게 번성하던 테임즈강변의 창고들, 하지만 그 무역이 시들고 슬럼화가 되지. 무분별한 지역개발시도를 막아낸 건 바로 그 지역의 시민들이었어. 주민들이 만든 디자인센터가 성공하고 그 임대수업으로 지역에 학교와 시장을 육성하면서 가장 많은 손님들이 찾는 행복한 마을이 되었지.
그런데 우리는? 그게 바로 한국의 뉴타운이겠지? 우리는 하루아침에 불도저를 갖다 밀어대고 거기 살던 주민들을 하루 아침에 일시에 몰아내고 엄청난 빌딩들이 들어서면서 기존의 주민들은 도저히 거주가 불가능한 뉴타운이 되겠지. 아무도 행복해질 수 없는.
우리도 가능해.
지리산에 생명특구를 만들어보자.
10년 , 100년 후의 미랴를 상상하며 내일을 디자인하자.
시민사회의 과제와 정치권의 과제도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
참여연대는 낙선운동의 성공으로 수도권의 90%, 지역의 70%, 구태정치인을 갈아치우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지만 그 결과가 꼭 만족한 정치를 만든 건 아니었다. 현실은 변하지 않았어. 이것은 결국은 정치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유권자들의 표, 그 적극적인 표심들의 목소리와 운동만이 그들을 변하게 할 뿐이라는 반증이었어.
청년이여 고향에 내려가 시장이 되자.
지역공동체 운동의 활성화를 위해 활동가가 지역운동가로 나서자.
나찌는 결코 일부 독재세력이 만든 것이 아니었어. 국민의 동의가 만든 파쇼였지.
독일은 나찌패망 후 다시는 그 끔찍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탈나찌교육을 해. 재미도 없는 "교육"에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전국에서 가장 풍광좋은 곳에 교육센터를 유치하자. 휴양처럼 관광처럼 일상화되는 교육-
독일에 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뮌헨시민들의 시민교육열이었대.
어떤 방식으로든 그 공동체에 도움이 될 공부들을 그들은 참 열심히 하고 있었고 퇴근 후에도 이러저러한 단체에 적극 참여해서 그야말로 뮌헨에서는 "쉿! 뮌헨은 공부 중!" 이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공부하는 민족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 쉼 없이 공부하고 고민하자고.
한국사회는 단기간으로는 절망이 깊지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희망이 가득차 있다고 믿고 있다셨어.
이 암담한 현실은 우리를 성찰하게 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이명박 정부 조차도 우리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고 (기쁘냐? 국민들에게 이런 역설의 희망을 준 놈들아!)
잠시 다른 곳으로 얘기가 갔지만-
보궐선거에 대해서도 분노와 슬픔, 다짐을 말하셨고.
민주당의 승리라지만 부끄러워해야 한다. 왜 그 권력욕을 못 버리고 국민의 열망을 포섭하지 못했나 답답했다고. 다른 곳도 아닌 양산에선 꼭 승리했어야 하는데.. 정치권이 정말 정신 차리고 고민해야 한다고. 이것은 결국 시민들의 힘이 바꾸어야 한다고.
열강은 정해진 시간을 넘겨서 기차시간을 지나버리네.
강의 후에도 여기저기 질문들이 끊이지 않고, 어린 학생들, 젊은 청년들의 뜨거운 질문들이 이어져서 무척 기뻐하셨어.
당신의 절친인 사람이 이번에 검찰총장으로 갔는데, 그이가 인상청문회에서 자기를 두둔해달라는 전화를 했는데 그건 해 줄 수가 없었다는 여담도 하셨고. 개인적으로는 참 좋은 사람이지만 그 사람의 그릇이 이명박정부의 무도한 권력을 중간에서 적절하게 제지하거나 자기 목소리를 낼 만한 사람으로까지는 솔직히 보고 있지 않으므로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고.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깊지만, 그리고 그런 자리로 오라는 회유가 끊이지 않지만 자신은 이 위치가 너무 좋다고, 당신이 그 사람들보다 부족한 게 있어보이냐 물으셨어.
강의 시간 끝나고도 질의응답으로 이어지는 시간에 이 좁은 머리에 다 담기 어려운 주옥 같은 말씀들이 많았지만 삼돌이의 절규가 떠올라서 그만 나올 수 밖에 없었닭.
나머지는 다른 햏들이 해주실 걸로 믿고...
공부하는 시민이 되자.
공부하고 아는 만큼 행동하는 시민이 되자-
이런 다짐을 다시 한 번 하게 했던 강연이었어.
우리가 이전에 이만큼 공부하고 깨어있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