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함께 가는 세상
2009년 8월 2일 정토원
소금눈물
2011. 11. 14. 17:03

정토원 마당은 붐볐습니다.
어디 모임이신지 오늘 행사가 있으셨나봐요.
마침 기념사진을 찍던 중이신가본데 어떻게 도촬이 되었네요.
여러분이 찍으신 기념사진, 저도 한 장 있습니다.
이 사진 말고 좀 번듯한데, 지나가던 객이 허락없이 찍게 되어 마음 불편하실까봐 올리지 않겠습니다.

이병완 비서실장님, 우물지기님, 이재정 통일부장관님이 보이시네요.
님들은 저를 모르시겠으나, 저는 혼자서 무작정 반가웠습니다.

수광전입니다.
49재 동안 대통령님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던 곳입니다.
함께 올라온 동료가 참배하겠다고 법당 안으로 들어가는데 저는 따라들어가질 못했습니다.
수광전 벽에 기대 소리죽여 흐느끼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서럽지.. 저런 사람 또 언제 우리가 보나... 우리가 박복해서 그리 보내고... 서럽지... 서럽지..."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우는 내 곁을 스쳐가며 혀를 차시던 어르신들...

나는 참...가진 말이 가난합니다.
너무나 가난하여 이 마음을 그리지를 못합니다...

거기가 어디라 당신이 계시냐고
어찌 거기 계시냐고 그저 목놓아 먼 발치서 울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사찰에서 가장 장식이 화려한 곳이 바로 법당 천장일 것입니다.
기둥도 장식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천장에는 이르지 못하며 그 무늬나 장식의 화려하고 다양함은 자못 현란할 정도지요.
부처께서 사대부중에 둘러싸여 설법을 하실 때에하늘에서 꽃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하여 그를 기리는 법당의 꽃천장입니다.
그러나 오늘 수광전의 천장은 노란 리본이 달린 꽃등으로 가득합니다.
제가 절나들이하며 눈여겨 본 어떤 큰 절의 꽃천장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마음 깊이 감동이 울리던 곳은 바로 이 날의 수광전 천장이었습니다.
차마 사랑하여 보낼 수 없는 님, 그 님의 영생복락을 기원하여천장 가득 달린 노란 발원을 보며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평안하세요.
그 나라에서 이제 평안하세요.
우리를 너무 오래 잊지는 마시고, 우리가 사는 모습을 지켜봐주세요...

부엉이 바위 아래로 내려오는 길은 험하고 비좁았습니다.
그 불편한 길을 궂다 아니하시고 연세 높은 어르신들도 땀을 흘리며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백 년을 사나 이백 년을 사나, 지는 무슨 욕심이 있어 천만 년 살 거라고.저는 죽을 때까지 대통령 해먹을 줄 아나보제?"
"참말로 우리 중에 진짜로 서민 대통령은 그 사람 하나 뿐이었지. 그런 사람 다시 없을 거구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내려가는 어르신들 말씀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이 보라. 와서 보면 지들이 그래 못잡아묵고 떠들던 사람이 어찌 살았나 한 눈에 턱 보이지.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와서 한 번 보기만 하면 될 것을."
"지들 해처먹은 거 부끄러운 줄 모르고.. 도적놈들..."
"대통령 내려오믄 그날로 요 바위에 저도 올라가야 할거다. 저도 뛰 내리야지!"
"그기 될 말이가? 국민이 직접 끌고 와서 밀어뿌리야지."
"우리가 밀어뿌리야지 암!"

바람도 없는 허공에
들찔레꽃 하얀 잎 하나 혼자 지고 있네요
치열하게 살았으나
욕되게 살 수는 없어
벼랑 끝에 한 생애를 던진 저 한 점 꽃잎의 영혼을
하늘이여, 당신의 두 팔로 받아 안아 주소서
그의 좌절은 나의 좌절
그의 한계는 이 나라의 한계
그의 굴욕은 우리들의 굴욕
그의 자존심은 우리 모두의 자존심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으며 뉘우치노니
그의 늑골에 금이 가는 것은
권위주의를 벗으려는 노력에 금이 가는 것
그의 정강이뼈가 부서지는 것은
지역주의를 깨보려던 시도가 부서지는 것
그가 피 흘리며 쓰러지는 것은
정의로운 역사를 세우려던 몸부림이 쓰러지는 것
그의 몸이 산산조각 나는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 균형 발전, 평화로운 나라를 향한
간절한 소망들이 산산조각 나는 것이므로
역사여, 당신의 가슴으로
이 조각난 육신을 받아 안아 주소서
- <벼랑에 지는 꽃>중. 도종환 시

조그만 태극기가 꽂힌 자리....
나는 허리를 깊이 숙여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합니다.
한 번, 두 번...
일어서지 못하고 내 무릎은 그대로 꺾여버렸습니다.
우짖으며 어깨를 따라오던 산새소리도 문득 사라지고, 소나무 가지 사이를 지나가던 바람도 잦아들고
이 숲에서 나는 오래오래 일어서지 못하고
내 입에서 나오는 내 울음소리를 내 귀는 듣지 못하고......

서울시민광장 분들이 둘러쳐준 펼침막 아래서 나는 오래오래 울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편안히 쉬십시오...
거듭 따라 읽고 외며 나는 더는 어쩌지 못하고 그 숲에서 그저 엎어져,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마누래를 그리 이삐했다더만 우예 발이 떨어졌드노?"
"가는 데마다 그래 꼭 손 붙잡고 다니고 유난스럽더만. 불쌍해서 우짜노... 혼자 남아서 남은 날을 우예 살라꼬...남들은 그래도 다 잊는다이. 안사람이 젤로 불쌍치."
할머니 두 분이 속삭이며 유언을 읽어내려가다 연신 눈가를 찍었습니다.

누군가는 한없이 가엾어하고
누군가는 울분에 젖어 너희 또한 이 바위에 올라 몸뚱이가 으스러지는 꼴을 기어코 보겠다고 소리치고
어리석은 것은 우리였으니 우리가 박복하여 그 사람이 누군지를 모르고 그리 가게 했다고 가슴을 치며 오르는 길.
부엉이 바위는 무연히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사랑할 만한 사람을 나는 사랑하였고, 그것이 오늘 내가 가진 가장 큰 자랑입니다.
당신 같은 사람을 나는 살면서 꼭 다시만나고 싶습니다.
그 때는 다시는 놓지 않고, 다시는 잃지 않고 꼭 지키겠습니다.
오늘처럼 허망히 울며 서러워하는 일은 다시는 겪지 않겠습니다.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날마다 이르고 가르쳐 당신의 이름이, 당신의 뜻이 헛되이 스러지는 일은 절대로 없게 하겠습니다.
이것이 내게주어진길이라 나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