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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유시민 지지를 허하라- 소요유님

소금눈물 2011. 11. 14. 16:56

07/25/2009 08:34 am공개조회수 0 1



굳이 이런 글을 써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이후 나나,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노빠'로 매도되는 현실을 참기가 좀 어려워졌다. 내가 노무현과 유시민(엄밀하게는 이쪽이지만) 지지자임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일부 좌파들이 내뱉는 '노빠'라는 용어에 '교조주의'의 느낌이 함의되어 있는 것을 참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교조주의'의 뉘앙스를 일부 좌파에게 되돌려 주려고 한다.

나는 현 시국에 일부 좌파들이몇 가지 착각에 빠져 있다고 본다. 그 첫 번째는, 현재의 노무현에 대한 추모 및이명박에 대한 반대 열기에 내재한 에너지가 궁극적으로 노무현보다 더 왼쪽을 지향하고 있다고 여기는착각이다. 그들은 노무현을 추모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보다는 이상주의자로 살아갈 당시의 노무현을 떠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현재의 과도한 노무현에 대한 우상화는 그의 과오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뺏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객관적으로 노무현의 과오를 되짚고 그에 대한 극복을 모색해야 하며, 제2의 노무현을 찾기보다는 이상주의자였던 노무현에 대한 부활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들으면 합당하다고도 여겨진다.

그러나 이것은 좌파 내부에서가 아니라 노무현을 추모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발화될 경우 설득력을 잃는다. 대중들이 노무현 정부보다 더 왼쪽 정부를 원하고 있다거나, 노무현의 (좌파적 관점에서의)과오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거나, 노무현이 진보 진영을 배신했다고 생각한다는 것 등은모두 좌파의 자의적 해석일 뿐이다. 노무현은 민주화 투사였다. 그리고 노무현은 이라크에 파병했고 한미 FTA를 추진했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따라서 노무현은 변절했다? 그렇게 말할 수 없다. 노무현이 변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정권이 민주화에 역행했어야만 한다. 그러니까 '민주화 투사였으면서 파병을 하다니'라든가, '민주화 투사였으면서 서민을 죽이다니' 따위의 말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노무현은 처음부터 중도 우파 정치인이었다. 그가 독재에 대한 투쟁을 했다고 해서 좌파여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민주화 운동은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중은 이를 잘 알고 있다. 대중은 이명박에게서 찾을 수 없는 것을 노무현에게서 발견하고 그것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지, 노무현에게서 찾을 수 없는 것을 노무현 유령으로부터 찾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이고 상식이고 대화와 타협이고 토론이지, 그것이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의 가치여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물론 노무현을 추모하는 대중 속에는 그런 가치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반면그 중에 한나라당이나 자유선진당의 가치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그들 모두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들이 이명박보다 노무현에게서 더잘 구현되었던 것을 추억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민주화 운동이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듯, 노무현에 대한 추모와 이명박에 대한 반대 또한 좌파의 전유물이 아니다.

두 번째 착각은 대중이 계몽되면 자연히 좌파의 입지가 넓어질 것이라는 낙관이다. 노무현 추모기간이 끝나자마자 좌파들은 노무현의 우상화(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나 유시민 적자론에 맹렬히 비판을 가하고 있다. 제대로 알고 보면 노무현이나 유시민이 얼마나 비서민적이고 비좌파적이고 독단적인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노무현을 박정희에 빗대어 그 우상화 과정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들의 말을 간단히 요약하면 '공부 좀 하고 각성해라. 그러면 노무현 유시민 말고 니가 진짜 지지해야 할 정당과 정치인이 보일 것이다' 정도가 된다.좌파들의 이 낙관적인 천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현재 많은 한국 국민들에게정치적 계몽의 여지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그러나 그들이 시민으로서 정치 의사를 표현하게 된다고 해서 좌파의 입지가 넓어지리라는 것은 순전히 그들의 바람일 뿐이다. 유럽의 정치의식 성숙된 수많은 나라를 보라고? 한국보다 훨씬 더 왼쪽으로 치우쳐져 있지 않느냐고? 물론 그렇다. 그러나 그 사회의 정치적 상황이 '옳다'고는 볼 수 없다. 사회는 저마다 다른 이상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고, 또한 각각의 사회는 그 내부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상이 취합된 일정한 방향성을 갖게 된다. 게다가 한국 국민이 진정 유럽의 복지사회를 원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한국의 좌파 정당에 표를 던지게 되리라는 보장을 해주지는 않는다. 아직 한국 좌파 정당은 유럽에서처럼 정책 검증을 제대로 받지도 않았거니와, 노무현이나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중도 자유주의 정치 세력이 유럽의 주류 정치 세력만큼의 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노무현 정부는 노무현이 이끌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노무현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노무현의 이상을 구현하는 도정에 있었다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한국 사회는 아직 조중동과 한나라당이라는 극우 세력이 기득권을 한 번도 놓친 적이 없다. 중도와 좌파의 역할은 그들에게서 권력과 자본을 끌어와서 약자에게 배분하는 데 있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험난하고 지난한 여정이다. 노무현 정부는 그 길을 걷다가 중도에 멈춰섰다. 노무현이 노무현 정부로 온전히 이해될 수 없듯이, 노무현 지지자또한 노무현 정부 자체에 만족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들 또한 노무현 정부보다 더 왼쪽의 사회를 원할 수 있다. 이를테면 그들은 노무현 정부의 왼쪽으로 향하는 '벡터값'을 지지한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착각하지 말자. 노무현을 긍정하는 것이 노무현 정부에 대한 만족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노무현을 긍정해도, 충분히 대중은 왼쪽을 향할 수 있다. 굳이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 않아도, 노무현을 지지하는 대중에겐 왼쪽으로 나 있는길이 아직 한참 남았다는것이다. 혁명이 아닌 정치를 원한다면, 왜 더 왼쪽으로 가지 못했냐고 다그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왼쪽을 향한 전체적 벡터값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노무현이 진보정당에서 원하는 만큼 충분히 친서민적이지 않았다는 것, 진보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나그 전정권에 비해 보다 친서민적이고진보적인 길을 걸었다는 것또한 알고 있다. 물론 나 또한 노무현에 대한 추모 열기가 광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유시민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는 하는 적자 논의도 우습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간다. 사람들은 차츰 이성을 되찾을 것이며 대선은 3년이 넘게 남았으며 유시민이 출마할지도 확실치 않고 출마하더라도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검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안타깝고 두려운 것일까? 그들이 그런 우려를 표한다고 해서 국민들의 정치적 각성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그렇게만 된다면 당연히 노무현이나 유시민을 지지하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데 결국 대중이 저마다 정치적 소신을 갖고 투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좌파 정당이 집권하지 못한다면? 결국 정치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댈 것인가? 아직도 충분히 계몽되지 않았다고 할 것인가?

세 번째가 바로 이렇게 정치에 도덕적 당위성이나 우월성, 혹은 선과 악이 개입할 수 있다거나 개입해야 한다는 착각이다. 일부 좌파들은 현재한창인 노무현 유시민 열풍에 증오를 느끼기까지 하며, 그들이 '설쳐 대고' 그에 국민들이 동조하는 상황을 '잘못된' 상황으로 인식하기까지 한다. 알고 보면 노무현이 파병을 했고 FTA를 추진했고 양극화를 심화시켰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논리다. 그런데 왜? 파병과 FTA를 지지하는 것은 틀린 것인가? 양극화를 심화시키긴 했지만 세계적 신자유주의의 불가피한 흐름으로 파악하고, 그에 반해 월등히 향상된 복지 수준에 박수를 보내며 차츰 나아질 것을 바라는 것은 틀린 것인가?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것은 틀린 것인가? 그들에게 옳고 그름을 나눌 권리를 누가 부여해 주었기에?

정치는 어디까지나 한정된 자원을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배분하느냐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저마다 국가로부터 더 많은 자원을 배분받길 원하고 저마다 국가가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에 대해 의견을 갖고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선거를 하고 투표를 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극단적인 다수결 만능주의를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수결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 만큼, 소수 의견이나 좌파의 의견 또한 당위성이나 우월성을 점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좌파의 지지율이 그리도 지지부진한 이유가 그들이 한낱 도덕적 당위성이나 우월성에만 기대고 있기 때문에, 혹은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치는 선택의 문제이고,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매력적이어야 한다.

즉, 신자유주의가 틀렸다고 말하기 보다는 신자유주의보다 매력적인 정책이 여기 있으니 이걸 해 보는 게 어떤지 비전 제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좌파의 정책이 매력적이라면 다수의 대중이 그것을 지지하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옳고 그름이 없는 문제에 당위를 들이대니 원래부터 좌파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그것에 귀를 기울여 주겠는가? 약한 것의 편에 서는 것은 그 자체로 선함이나 옳음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약자에게 원하는 만큼의 배려를 해 주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옳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강약과 선악은 전혀 다른 개념이며, 강자 혹은 약자의 편에 서는 것 또한 선악이나 옳고 그름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강자가 헌법 정신을 위배한다거나 민주주의의 절차를 무시하면서 약자에게 억압을 가한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에 비추어 옳지 않은 것이 된다. 그러나 약자의 편에 서거나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만으로 그것이 옳다고 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정치는 도덕 시험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다른 입장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비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비판하고, 주장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주장하는 것은 제발 자제하라는 것이다. 노무현 지지자들이 갖고 있는 논리적 모순을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노무현 지지자가 노무현을 지지하는 것 자체를 비판하고, 그대신에좌파가 옳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좌파가 우파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왜 우파의 정치적 스탠스를 지녔냐고 비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단지 노무현의 중도 자유주의 노선을 지지하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대중들에게 왜 더 왼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노무현을 지지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가 않다. 극단적 상대주의로 가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법이 존재하지 않는가.법은 좌우파가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기 이전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룰이다. 민주주의 정신과 헌법 정신을 어기는 것 외에는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 물론이러한 잣대또한 대한민국 헌법의 영향력이 미치는한국 내부에 한정된 것이다.

좌파들의 착각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좌파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나는 한국 좌파가 협상력을 좀 더 키우고 조금 더 관용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판이 극우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한국이 좌파의 집권으로 하루 아침에왼쪽으로 확 기울 일은 없다. 흔히 좌파들은 노무현 정권에 대해 여대야소의 정국에서 국보법 폐지나 집시법 개정을 이루어내지 못한 것 등의 무력함을 비난하는데, 그렇다면좌파 정당이 집권하면 그런 것들이손쉽게 될까? 좌파는 중도보다 더 왼쪽으로의 이동을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 좌파에게는 중도보다 더 뛰어난 협상력이 요구된다. 극우에게서 무엇인가를 받아내기 위해선 그들을 달랠 무언가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 좌파가 국민들로 외면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이 집권해 봐야 극우 기득권으로부터 뭔가를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좌파가 집권하는 순간 한나라당이나 조중동같은 극우 세력들은 그날로부터 여론을 몰기 시작할 것이다. 노무현 정권 때보다 더할 것이란 건 명약관화다. 그리고 꽤 많은 국민들이 삼성을 위시한 대기업들에 대해 호의적인 감정을 막연하게 가지고 있으며,기득권과 우파들의 부조리와 병폐에 대한 상식적 비판력마저 결여된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국민들은 알고 있다. 그정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협상과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런데 좌파는 이전 10년동안협상과 대화와 타협은 패배 혹은 배신으로 간주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좌파는 아직 '평화적으로' 사회를 왼쪽으로 이동시킬 역량을 국민에게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 중도가 특정 분야에서 상황을 왼쪽으로 이동시킨 것은 '당연한' 것이고,다른 분야의 상황이 그대로 머물러 있거나 지지부진한 것은 '배반'이나 '포기'로 인식하는 그들에게서, 국민은 중도가 가졌던, '사회의 왼쪽으로 향하는벡터값'을 능가하는 좌파의 힘을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극우에게서 무엇인가를 뺏어 오겠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좌파가 기득권과 협상하고 대화하고 양보해서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정치 상황을 왼쪽으로 이동시키길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협상 능력은 중도보다 좌파에게 더 요구되는데 좌파는 그런 능력을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으며, 그 노력 자체를 폄하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것이다.



* 출처 http://soyoyoo.tistory.com/141?srchid=BR1http%3A%2F%2Fsoyoyoo.tistory.com%2F141

출력을 해서 꼼꼼하게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눈이 나빠서 중간중간, 원글님이 의도치 않은 문단 나누기를 했습니다.
모니터 글 보기의 어려움이 이렇습니다.
죄송합니다.

제대로 된 진중한 사유, 깊은 고민 끝에서 나오는 공감의 연대, 그런 게 참 어렵습니다.
저는 무작정 울고 소리지르고 있고, 찾아 읽을 글은 많이 보이지 않고...

많이 위로받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유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