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함께 가는 세상
봉하마을 연지에서.
소금눈물
2011. 11. 14. 16:25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들이칠것 같은 흐린 봉하마을.
서러운 조문객의 마음같은 하늘입니다.
사저 앞 무논에 조그맣게 낸 연못.
폼나는 비싼 석물도 없고 그럴싸하게 비싼 나무들도 없는연지.
이 작은 연지에서 참 예쁜 사진들이 많이 나왔지요.
직접 가서 보면 요렇게 조그만 못을 파고 그렇게 흡족해하셨나싶어 싸아해집니다.
딱 이만큼의 행복을 바라셨을분...

못가에 초가지붕을 얹은 작은 정자를 만들고 여기에서 생신잔치를 하던 모습이 선합니다.
턱을 고이고 연지를 바라보며 서은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모습도요.
바로 이 자리네요.
그땐 그렇게 행복했는데... 그 모습을 사진으로 뵈면서도 우리도 그렇게 행복했는데...

님이 비우신 자리에 무심한 꽃들은 또 다투어 피었습니다.





고운 창포들을 보면서 올해는 이 꽃을 보셨을까 싶어 눈물이 나왔습니다.
무슨 죄를 그리 지었다고 사방팔방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가시울타리를 만들었으니 참말로 위리안치가 따로 없었지요.

그 마음을 우리가 어찌 천분의 일, 만분의 일이라도 짐작할까요.
감히 입에 올리기가 죄송스럽고 가슴이 뜨겁습니다.
보는 내내 저러다 맥을 놓아버리실까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
힘내세요 여사님.
가신분의 자리를 여사님이 굳건히 지키셔야합니다.
분노와 고통이 숨길을 다 막는다해도 꿋꿋이 이겨내고 저들의 끝을 꼭 보셔야 해요.
그날까지는 버티셔야 합니다.
제발 힘내주세요..ㅠㅠ

그동안 알록달록 제 컴퓨터 바탕화면을 차지하던 그림을 다 밀어버리고 이 사진으로 바꾸었습니다.
전국 각처에서 손수 분향소를 만들고 거기에 쏟아놓은 우리의 눈물과 이 각오.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삶과 죽음.그 의미들. 거기에 얽힌 사연과 결코 잊지 말아야할 얼굴들, 그 얼굴들!
가슴뼈에 새기고 핏톨에 흘려넣어 기억하겠습니다.

받아들이기가...아직도 너무나 힘이 듭니다.
도무지 독한꿈속을 헤메는듯 아득하고 서럽기만 합니다.

첨맘님의 시를 붙여놓은 그 마음이 나는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아마도 더는,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우리 마음입니다.
당신의 눈물이 우리의 눈물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이것도 운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신이 어떤 결정을 하시든, 이후 어떤 길을 가시든 따르겠습니다.
다시는 잃지않고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목구멍에서 치솟는 울분을 애써 삼킵니다.
차마 하지 못한 말, 그러나 내내 가슴에 휘도는 내 말들을 나는 여기에서 만납니다.

봉하마을분들 정말 고생이 많으셨지요.
그동안기가막힌 꼴을 다 보시면서 마음 다치시다가 기어이 이런 참변까지 감당을 하셨으니.
누군가에게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애증의 지도자였고, 또 어떤이들에게는 기어코 부숴내고 싶은 질투의 대상이었겠으나, 당신들에겐 유년을 함께 보낸 벗이었고, 함께 늙어가는 이웃이었고, 자랑이었을 그 따뜻한 사람...
상처받고 돌아온 용이 그 짐을 다 내려놓고 비로소 행복에 겨운 얼굴을 보여주셨던 이유는 고향이어서, 고향의 품이어서였겠지요.
생각하면 우리들이 기억하는 그분의 모습에서, 가장 행복해보였던 그 짧은 시간은 바로 여기에서였습니다.
그런 분을 그리 잃으셨으니 얼마나 기가막히셨을까요.
그래도 당신들의 아픔을 돌아볼 틈도 없이 전국에서 밀려드는 백만 명의 조문손님을 담당하셨으니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철을 놓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새 모내기가 다 끝나있었습니다.
이제 저 어린 모들이 뿌리를 내릴 때쯤엔 또 어린 오리들이 힘차게 물질을 할테고 자라가는 모포기를 보며 우리도 다시 가을을 기다리겠지요.
저도 작년처럼, 아니 이젠 정말 작정하고 뒤주를 비워놓고 오리쌀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분의 뜻과 봉하마을 분들의 정성이 담긴 그 쌀을 열심히 기다리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찾을 때까지 모두모두 건강히 잘 계세요.
봉하는 이제 이 땅 남도의 어드메 작은 마을이 아니라 또다른 제 작은 고향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