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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 한 그릇

소금눈물 2011. 11. 14. 15:16

 

11/06/2008 10:35 pm공개조회수 0 0




참 귀하고도 고마운 쌀밥 한 그릇입니다.
이 쌀이 제 식탁에 오기까지 참 긴 세월이었습니다.
고맙고도 미쁩니다.





무거웠던 자리, 욕만 진탕 얻어먹으며 노심초사 곳간 채워놓느라 정신없었지요.
원칙이라던지 상식이라던지, 도무지 이 시절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말을 걸어놓고 숨막히게 하더니, 훌훌 벗어놓고 고향으로 떠나시는 그날은 어찌 그리 마음이 복잡하고 애잔하던지요.
상처도 많았고 서운한 적도 많았고 목구멍이 따끔따끔하게 아프던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나고보면 그것들은 "기대"에 따른 일견 행복한 그림자였음을 이제 압니다.





노방궁이라, 수천억짜리 어마어마한 궁전이라 화들짝 시끌시끌하던 조중동은 이런 쌀은 구경도 못했을 겁니다.
그 어마어마하다는 시골집을, 일 년도 안되어 칠십 만명이 넘게 다녀갔다지요.
먼 전라도 어디서 노인정 버스가 단체로 와서 허리를 숙이고 가고, 경상도 어디서 아기를 업은 젊은 부부들이 와서 환히 웃으며그 모습을 보고, 한참 위쪽 파주 여누네도 다녀왔다지요. 그렇게 온 나라에서 다녀가서는 좋다 좋다 참 좋다 합디다.
조중동이 말한 노방궁은 그림자도 못 보았는데, 그 시골마을 논두렁길을 자전거를 타고 지그시 열을 지어가는 그 사람들을 보며 참 좋았다 합디다.

그들이 지은 쌀농사입니다.
시험삼아 재배한 친환경 오리농법이라, 농사일에 도무지 문외한인 붓잡이 비서관들이 날밤새워 어지간히 고생들을 하며 한 해를 바삐 보냈습니다. 그들을 도우러 전국각지에서 또 빈손을 들고 달려간 사람들이 힘을 보탰습니다.

그러니 이 쌀, 이 밥 한그릇이 그 어찌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이 밥 한그릇을 떠놓고 저 혼자 자꾸 웃음이 납니다.
평생을 가야 이렇게 멋들어진 밥 한그릇 꿈에도 못 접할 저 인간들이 우스워서 자꾸자꾸 웃음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