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눈물 2011. 11. 14. 15:13

09/13/2008 10:19 am공개조회수 0 1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데거 러셀 헤밍웨이 장자(莊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 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소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 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갯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트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 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知性)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 기지도 탱크 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 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 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 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톳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신동엽의 시 〈산문시 1〉 전문)

이런 대통령을 가질 수 있을까 우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그건 시인의 아름다운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꿈같은 그림이지 않을까 했네요.

제가 너무 우리 스스로를 너무 모자라게 보았나봅니다.
사진만 보고도 가슴이 너무 뻐근하고 행복합니다.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해직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조계사의 촛불 여러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마음 아픈 국민 여러분, 가벼워진 장바구니에 한숨을 쉬고 있는 주부님들, 지친 노동자 여러분, 고단한 어린 학생 친구들...

참으로 고통스런 시간들이지만, 그래도 이 하루 이틀만은 마음 놓고 가족과 함께 따뜻한 날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모두에게 기쁘고 복된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사진 속의 주인공께서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