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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밤의 윤

소금눈물 2011. 11. 13. 22:28

 

12/04/2003 04:12 pm공개조회수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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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없이 오가는 꿈자리인가 봅니다

하루도 깊은 잠을 못주무셨다 했던가요
어떤 밤이 그 아름다운 사람을 뒤척이게 했던 가요

자신의 처지에 대한 고통으로 아파 울던 소년의 밤
그 소년의 시린 상처에 다가갔던 한 소녀의 한잔 꿀물
평생을 적시고 위로했을 그 꿀물한잔
너는 나로 인해 산다 했느냐, 나도 그랬다. 나도 그랬다 옥아.
그렇지요
옥이가 준 상처만을 생각하겠습니까.
옥이가 아니었다면, 그리 아프게 살지도 않으셨겠지만
옥이가 아니었다면, 그사람 누구에게 마음을 주고 그 사랑으로 적시어진 채 걸어갔겠습니까. 난희 아씨라구요. 난희아씨에게 마음을 주고 안온하게 출세와 영달로 걸어갔을까요. 신분상승을 이루고 가문의 영광을 일으키며 비로소 아버지가 말씀하신 하늘이 낸 뜻을 이루면서요.
그랬을까요. 그분..그랬을까요.그게 그 분의 삶의 목표가 되고 우리의 사랑이 되었을까요..
눈물나는 것들을 사랑하고, 부당하고 부정한 것들을 위해서 아픈 백성을 향해서 거침없이 차가와 지고 굳어지던 그분의 목표가 그런 것이었을까요.
난희아가씨로 인해 신분이 달라지길 그분이 바라지는 않았겠지요.
그분의 자의식은 아마도 그런 것으로 인해 자기의 처지와 꿈이 달라지기를 원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난희아씨를 아프게 하고, 또 울게 하고, 그러다 마음을 내어주겠다고 했던 그 바탕은 자신이 아니라 늘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아니었던 가요.그분...그런 분 아니었던가요....
옥이가 아니었으면 그분.... 사랑이 베어낼 없었으나 사랑에 젖지도 못할 분이 아니었을까...그게 그 사람의 쓸쓸한 생애 중 단 하나의 축복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옥이가 기찰을 나간 밤, 언제나 머리맡에 칼을 두고 자야하는 무사의 잠자리
옥이의 신상에 위험이 다가오면서 깨어나는 그 토막잠, 옥이가 위험하다는 그 말 한마디로 사색이 된 그 사람.그리고 풀어진 옷고름을 보고 만..그 사람...

옥이가 떠났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 아이 생의 유일한 목표는 당신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 살아가는 이유를 외면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렇게 처절한 사랑의 고백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가면서 상대에 대한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랑, 어찌 나으리가 옥이에게 사랑을 주시기만 하면서 아프고 고통스러워했다고만 하십니까....한순간 그 마음이 흔들리고 돌아서며 아프게 울었다 하나 그 역시 이런 사랑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어찌 모르십니까.
옥이의 손이 닿았던 의대와 저고리를 쓰다듬어 보면서 자신이 해 줄수 없는 그 자리를 아프게 돌아보는 그 사람.....정인을 사지에 밀어넣으면서 받아야할 그 사랑에 아픈 그 남자...

길고 고통스런 밤입니다.
어떤 신열이 그를 감쌉니다.
파직이 된 그가 두려워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나라의 안돈과 그 아이에 대한 걱정 뿐입니다.
아픈 그분의 머리맡을 지켜주신 애처러운 아가씨에게도 눈이 가지 않는 매정함입니다. 그 사람, 그 뜨겁고 아픈 사랑의 그림자는 다른 이에게는 전혀 닿지 못할 서늘하고 무서운 얼음의 모습입니다. 아...아픈 아가씨...

내 무엇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일까. 내가 어디서부터 오류를 범한 것일까.
그분 통렬하고 고통스런 후회의 밤입니다.
한 충신이 그렇게 자진을 했고, 좌포장과 자신은 영어의 몸이 되어 있고
그리고 자신이 남은 날을 지켜줄수 없는 그 아이...눈물도 차마 보이지 못하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그 아이...
내가 있거나 없거나...그러나 그 있음이 그저 있음이었으며, 그 없음이 또한 그저 없음이었겠습니까.
그가 그녀에게, 그녀게 그에게 단지 아끼는 어떤 이와 그 수하이며, 아낌을 받던 이와 그 상사였겠습니까
살아가는 이유였고, 지켜주는 이유였고, 움직이지 못할 나무였고 그 나무를 지키던 땅이 아니었던 가요.

생명이 다했다 합니다.
그분을 위해 어육이 되고 모든 생명의 기가 다 빠져나갔다 합니다.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렇게 보내고 그 분 살아 갈수 있을까요.
생사를 넘나드는 그 산사의 밤...
그리고....

차마 듣지 말았어야 할 그 이름...

무서운 칼날보다 더 아프게 찌르고 들어오는 그 말.

내가 아니라도 좋다.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그 칼이 자신을 밀어내어서가 아니라, 그녀를 다치게 할 그 칼로 돌아갈 게 차마 끔찍한 이 사람의 절규....

밀어내야 합니다.
돌아서라고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아이가 살아 있음만 낫지 못하다 합니다.!
나라는 풍전등화이고, 아버지와 그 자리를 바꾼 좌포장은 자신의 친구와 아들마저 그 제단에 바쳤습니다.
사랑이 두렵다 하나, 무겁다 하나, 하나뿐인 아들의 목숨과, 목숨을 또한 나누며 지켰을 그 우정을 베어버린 좌포장에 견주겠습니까.
밀어내야지요. 그런데...그 말이 어찌 그리아프답니까.
옥에게로 향하는 말씀이 어찌 다시 돌아와 그분을 울게 합니까.
잊으라고, 나를 잊고 살라고 하는 말씀이 어찌 그리 서럽습니까...

사라졌습니다.
그 아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좌포장의 직인을 훔쳐내어 사라진 그아이...무슨 짓을 꾸미는 걸까요.
불안과 두려움이 그를 흔듭니다.
베어내고서도, 밀어내고서도 그러나 베지 못하고 밀어내지 못한 그 마음이 그를 두렵게 합니다.

무슨 위험이 닥친 것입니까.
흔적도 없이, 땅으로 꺼진 듯, 하늘로 솟은 듯 그 아이 없어졌습니다.
처음으로 냉정함을 잃은 장수의 모습이 보입니다.
심장을 앗겨버린 그 두려움과 공포. 엄습하는 그 불안의 형태가 그를 정신없이 흔들어 버립니다.

그예....

그렇군요.
그랬습니다.
...

...

그분..


그 여인....보냅니다.
아이로 남은 그 여인의 빈자리.

그렇게 보냅니다.

멀리 가거라. 뒤돌아보지 말고...멀리 가거라...더는 나를 돌아보지 말고....그렇게 가거라....

돌아온 것이 그분의 옆자리였던가요
아니지요
헛되이 흔들렸던 사랑의 빈 껍데기를 확인한, 회한의 자리로 왔을 뿐이지요.
압니다. 그 분 아십니다.
당신은 언제나 거기서 그녀를 바라보고 기다리셨으나 돌아온 그녀, 그분께 온 것일까요.
떠날때야 자신의 사랑을 억누르고 닿지도 못할 그 사랑에 서러워서 억지로 돌린 마음이겠으나, 돌아올때는 제가 택한 그 사랑의 현실을 보아버린 그 분노로 발길이 돌려진 거겠지요.제가 서 있는 자리를 비로소 확인 받은.
이젠 그분이 그녀를 베어내야 합니다.
그렇게 돌아서야 합니다.
아가씨게 마음을 드려야지요. 그리 오래 기다리셨으니.
그런데도 닫는 이 손길이 어찌 그리 두렵습니까. 어찌 밀어내는 그 얼굴에....눈물이 흐르십니까...아...나으리...

기나긴 밤이었습니다.
역당의 실체를 비로소 확인했습니다.
죽음을 함께 맹세한 동지들과 사선을 넘었습니다.
사직을 보전했고, 왕위를 지켰고, 비로소 좌포장의 명예와 스스로를 지켰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목숨이 필요하답니다.

그 일에 자신이 제물이 되어야 한답니다.
나라를 구하는 마지막 일이, 그리고 그를 평생을 지키고 또 지치게 했던 이 사랑의, 마지막 제단에 당신의 목을 내어달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을 더 울게 하고 떠나시는군요.
어찌 그리 당신 거짓말도 못하십니까
떨리는 당신의 웃음이, 어설픈 당신의 그 다짐이 벌써 얼굴에 다 드러났는 걸요.
그 약속....어디서 갚으시려구요. 어떻게 갚으시려고 그리 말씀하셨던가요...
먼길...먼길 이시군요.

새벽바다.
동이 터 오는 그 바다.
길고 긴 어둠은 비로소 뒷걸음질 치고
끝이 없을 것 같은 간밤의 긴장과 고통은 그 끝을 보입니다.
철썩이는 그 파도소리.

그리고 그 여자.

다시는 이제 밤은 없었습니다.

그 분....잠 못들게 하고, 괴롭게 하던 그 밤은...다시는 없었습니다.

예, 도련님. 편히 주무세요.
아무도 당신의 깊은 잠...깨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아무도 당신의 그 귀한 잠자리 어지럽게 못할 것입니다.
당신이 걸어간 그 날들을 어찌 그들이 알기나 하겠습니까.
당신의 그 뜻을, 그 마음을, 그 사랑을


가을 밤이 깊어갑니다.
홀로 깨어나 마음이 약한 책들을 들여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먼저 드나 봅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면 부끄러울, 밤에 쓰는 편지, 차마 부치지 못할 편지...그런가 봅니다.

윤..

그대는 언제나 나를 잠못들게 하고, 아프게 하고, 아침에 보면 부끄러울 그 편지입니다.
그대가 나를 깨어있게 하고, 나를 울게 하고, 나를 아프게 하고....

그리고

나를 부끄럽게 하는 그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