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눈물 2011. 11. 13. 22:14

12/04/2003 03:30 pm공개조회수 1 0

-= IMAGE 1 =-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다시는

나를 위해 살지 말거라....


차마 못할 말이었다.
그러는 게 아니었다.
네가 어떤 마음인지, 너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면서...이렇게 모질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너는 이제까지 스스로를 속였고.
나는 이제부터 나를 속이련다

내 길에 목을 내어놓겠다 했느냐
나로 인해 산다 했느냐.

너는 나를 위해 하늘에 이미 목숨을 바쳤다.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었으리. 헛된 명예도 지위도 다 부질없음을 일찍부터 알았느니라.
내가 종사관이 되고 좌포장이 되고, 정승이 되면 무얼 하겠느냐. 그런 허명에 내가 족할 줄 알았더냐.
이 생에서 내가 족한 것은 오직 너 하나였느니. 너로 인해 나 살았느니..
너를 지키고,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서 그 보잘것 없는 지위가 필요했던 것임을 ...너는 정녕 몰랐더란 말이냐. 나를 그리 몰랐더란 말이냐. 그리하여 내가 다만 종사관이기를, 그 이름에 나를 걸었으리라.....너는 그리 믿었던 게냐...

그 캄캄하던 밤.....네가 다시 눈을 뜨지 못하리라 생각하던 밤...내 생에서 가장 참혹하고 두려운 밤이었다. 어떤 칼날도 두려워 해 본적도 없었다. 형장에서 그리 사라지더라도 나는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네가 눈을 감았다는 구나. 너를 위해 살았던 그 나를 위해~!!
네가 눈을 감아야 한다는 구나..

그 무서웠던 밤...
하늘에 나는 내 목숨을 바쳤다. 나는 추호도 두렵지 않았다. 너를 보내고 내 어찌 살아있기를 바란단 말이냐.

장성백을 마음에 품었다 했느냐...
그가 어떤 자인지를 네가 모르느냐.
내가 아니어도 좋다. 다른 사내여도 좋다
차마 이 가슴에 핏물이 넘쳐 흐르지만, 나는 이미 이 목숨을 하늘에 내었으니 하늘이 정한대로 가련다.

그러나 옥아
그 자는 안된다. 그 자는 아니다
너는 어찌 그런 시퍼런 용수를 뒤에 두고 뒷걸음을 친 게냐. 나를 피하면 될 것을, 나를 비껴가면 될 것을....이러는 것이 아니었다...이것은 아니었다..
나를 죽이기 위해....하늘이 불렀던 것이 그였더냐. 나로 족할 것을, 어찌 내 목숨을 가져가고 너까지 부르셨단 말이냐..

영감께서 무비사로 노적을 옮기라 하신다.
내 눈 길에서 너를 베어내라 하신다.
그 어른의 깊은 뜻을 내 어찌 모르겠느냐. 사직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이리 흔들리고 있거늘, 너를 베어서라도 나를 가지시려는 그 마음 어찌 모르겠느냐...

나를 위해 살지마라는 말...
네게 한 말이 아니었다.

이제 나는 너를 위해 살 수가 없다
그리 하라 한다.
영감이 그리하라 하시고, 나라가 그리하라 하시고, 하늘이 그리하라 하신다.

내 작은 마음, 내 하나뿐인 그 마음을 위해, 너만을 위해 살 수는 없다 하신다..

...

옥아.

내 사람아.
차마 아픈 내 사람아.

울지 말거라.

나를 잊고, 너는 살아야 한다.
너를 보내고 어찌 살아 갈 수 있을까. 장이 끊어질 것같은 이 두렵고 떨리는 나를 잊어야 한다. 나를 놓아주어야 한다..

그리해야 하늘에 바친 내 목숨이 의미가 있다.
네가 살아있음만 못하다.....그 말을 들었을때, 등덜미를 타고 흐르던 그 한기....
나는 너를 잊어야 한다... 너를 지키기 위해 날 다시는 보지 말라고 해야 한다..


내 사람아..

이제 나를 잊어라.
나를 위해 살지 말거라.
나를 위해 네가 목숨을 걸 때마다 나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다. 나를 잊거라.
그리고 너를 위해, 차마 떠나도 보내지는 못하는 나를 위해서라도
그를 잊어라..
그는 너의 올무가 될 것이다. 네 목에 들어오는 칼날이 될 것이다.

내 아픈 사람아.
내 마음아..

다시는.

다시는.

나를 위해 살지 말거라...

나는

이리 너를 보낸다...



옥아.


울지말거라... 차마 울지도 못하고 너를 밀어내는 나를 위해

그 눈물을 보이지 말아라....


....